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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퇴출 형평성 논란…로비받고 일부 구제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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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은행 구조조정을 앞두고 부실은행들의 막판 로비전이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금융당국이 자기자본비율 규제 차등적용 방침을 전격 결정한 것과 관련, 금융계에 형평성 논란이 강하게 일고 있다.

금융 당국이 정치적 배려에 따라 일부 은행들을 대상으로 의도적 '빼주기' 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나머지 은행들은 "관치금융에 뒤이은 정치금융의 희생양이 될 수 없다" 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서는 한편 일부 은행의 경우 장기 농성도 불사하겠다는 자세다.

22일 금융계에 따르면 6월말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8%에 못 미치는 12개 은행중 조흥.상업.한일.외환 등 4개 은행과 현대종금과의 합병을 발표한 강원은행 등이 경영정상화 계획에 '조건부' 통과를 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남은 7개 은행이 정치권을 상대로 치열한 로비전을 벌이고 있다.

특히 특정 지역.계층의 여론을 등에 업고 최근 후발 시중은행중 D.P은행과 지방은행중 C은행 등이 정리대상에서 제외됐다는 설이 돌고 있는 것과 관련, 나머지 은행들은 이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다른 D은행 관계자는 "최종 판결을 수일 앞두고 감독당국이 갑자기 국제업무나 50억원 이상 기업대출을 포기한 은행에 대한 자기자본비율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나선 것은 이해할 수 없다" 며 "이는 일부 은행을 제도적으로 살려주기 위한 배려" 라고 꼬집었다.

이 은행 노조는 22일 금감위를 항의 방문하는 한편 민주노총과 연대 투쟁에 나설 계획이다.

또 지난 18일 청와대에 탄원서를 낸 것으로 알려진 또다른 D은행은 구제설이 돌고 있는 3개 은행이 퇴출대상에서 제외될 경우 형평문제가 논란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정리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은행들은 저마다 금감위가 마련한 새로운 기준의 적용여부를 따져보며 지역경제를 앞세운 맹렬한 로비를 벌이고 있다.

D은행은 "은행자체 진단 결과 50억원 이상 여신거래를 회수한다면 자기자본비율 4.94%를 충족시킬 수 있다" 고 밝히는 한편 1천8백명 전직원의 퇴직금을 중간정산, 임직원대출을 상환하는 등 내부정리 작업을 진행중이다.

지방은행인 C은행은 금감위와 자민련에 건의서를 내고 C은행이 퇴출당할 경우 이 지역에 기반을 둔 중소기업 50%이상이 부도사태를 맞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K은행의 경우 이 지역 국회의원들에 탄원서를 보내 설득작업에 나서는 한편 '국제금융업무 포기로 구조조정 대상에서 제외될듯' 이라는 자체 보도자료를 만들어 돌리는 등 웃지못할 일도 벌어지고 있다.

박장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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