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 피 마시며 표류 70일 만에 귀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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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미크로네시아 어부 3명이 태평양에서 물고기와 거북의 피를 마시며 70여일 동안 표류하다 20일 귀환했다.

이들은 지난 5월 4일 적도 부근의 산호섬 국가인 키리바시의 타라와에서 출항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표류해야 했다.

참치잡이에 나섰던 이들이 표류하게 된 건 배의 기관 고장 때문. 바다에 떠다니는 대형 물체에 스크루가 걸려 엔진이 멈췄다. 표류 첫주엔 그나마 비가 많이 와 큰 고생은 면했다. 연료탱크를 깨끗이 씻어 물통으로 사용했으며 합판을 깔때기로 활용했다. 또 미리 잡은 30여마리의 황다랑어와 전갱이, 그리고 얼마간의 빵과 2ℓ가량의 물도 있었다.

그러나 둘째주부터 본격적인 시련이 닥쳤다. 비가 오지 않은 까닭이다. 물고기를 잡아 피를 마시고 갈증을 이겼다. 다랑어.전갱이뿐 아니라 거북.상어 등을 닥치는 대로 잡아먹었다. 한 어부는 "가끔씩 고깃배들이 지나가긴 했지만 손을 흔들어 구조를 요청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까이 다가오진 않았다"고 말했다.

표류 70여일 만에 밤바다에서 자그마한 불빛을 발견했다. 드디어 섬 근처에 도달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강한 해류와 바람을 필사적으로 뚫고 3시간반 만에 섬에 상륙했다. 도착지는 마셜 군도의 아르노 산호섬. 출발지에서 북쪽으로 480여㎞나 떨어진 곳이다.

이들 어부가 속하는 키리바시 사람들은 놀라운 생존 능력으로 유명하다. 오랜 표류 속에서도 끈질기게 살아남는다. 1992년 니쿠나우 출신의 어부 2명은 175일 동안의 표류 끝에 사모아에 도착했다.

또 제2차 세계대전 때 일본군 포로로 잡혔던 한 키리바시인이 뗏목을 타고 탈출, 6개월 이상 바다를 떠돌다 뉴기니 해변에 도착한 적도 있다.

남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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