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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삶의 향기

얼굴 꼴, 값을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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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우리나라에선 지금도 흔한 일이다. 뼈를 깎는 아픔을 19∼49세 여성의 20%가 경험한단다. 턱이나 광대뼈를 깎고, 눈도 찢고, 가슴도 코도 넣었다 뺐다 하고. 예부터 남의 시선을 중시했던 우리 조상들은 옷차림에 신경을 많이 썼다. 겉치레를 중시해 온 탓에 얼굴을 깎아내고 보충해 주고 돈을 버는 미용성형은 우리나라가 세계 넘버원이란다. 거대해진 성형산업의 의도적인 조장과 사회문화적인 변화에 따라 이상적인 몸의 기준도 수시로 변하면서 그에 따라 몸 만들기의 방식도 바뀌게 되었다. ‘V라인 얼굴 꼴’로 뼈를 깎았다가 유행이 바뀌어 ‘복고가 대세, 다시 둥근 꼴로’하면 뼈를 어디서 구해 붙이나? 얼굴 꼴마다 값을 치러야 하니 꼴이 값을 한다.

몸을 가꾸는 것은 자기 사랑의 표현이다. 문제는 위험한 발코니 확장 공사의 수준이라는 것과 개성은 무시된 채 하나같이 획일적으로 늘씬하고 섹시한 몸에 집착한다는 것이다. TV를 틀면 유행 따라 뜯어고쳐서인지, 그런 사람만 골랐는지 여배우들을 구분할 수가 없다. 옛날 중국에서 남자들의 손바닥 위에서 춤추던 ‘작은 발’이, ‘늘씬 섹시 몸매’로 환생됐다 생각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몸을 이용해 돈을 버는 육체산업이 비대해짐에 따라 삶의 방식과 가치도 바뀌었다. 외모가 단순한 미적 기준을 넘어서 이제는 성공을 위한 능력이자 자본이 돼 버린 것이다. 말 그대로 얼굴이 밥 먹여 주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를 무시하고 그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나도 자신 없다. 남자라고 예외가 아니다. 꽃남 열풍이 일면서 더 이상 몸에 대해 자유롭지 못하다. 남자도 사회가 요구하는 경쟁력 있는 멋진 상품으로 몸을 관리해야 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아름다움은 인간의 본능이다. 하지만 그 기준이 누군가의 상업적인 목적에 의해 조장된 건 아닌지. 전족과 같이 건강을 훼손시키는 것은 아닌지, 도를 넘어서 목숨까지 걸고 중독이 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 이성적인 판단이 필요한 때다. 해결책? 평범한 얼굴만을 방송에 출연시키고 한참 후에, 늘씬 섹시한 여자가 나온다면 오히려 그 여자가 부담스럽고 거부감이 들지 않을까. 대중매체를 통해 ‘익숙하게 길들여진 시선’이 문제다. 내가 좋아하는 예쁜 것이 진짜 좋고 예쁜 것인지 한번 다시 생각해 보아야겠다. 먼 훗날 성 박물관에 ‘도려낸 턱뼈’가 전시될까 겁난다.

엄을순 문화미래 이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