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세계의 자동차 박물관] 폴크스바겐의 ‘아우토슈타트’ 주말엔 1만5000여 명 찾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9면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 한국을 대표하는 자동차 메이커 현대·기아차의 선전이 눈부시다. 최근 자동차공업협회가 발표한 올 1분기 세계 자동차 판매량에 따르면 승용차 판매량이 지난해 대비 21% 줄었다. 하지만 현대·기아차는 9% 감소에 불과했다. 미국 GM과 크라이슬러가 구조조정을 거치며 몸집을 줄이는 틈을 노려 미국 시장에서 판매를 늘리면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빅5 진입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선진국 자동차 업체들의 역사가 100년을 훌쩍 넘는 가운데 40여 년 역사의 현대·기아차가 세계 1류 업체로 올라선다는 것은 대단한 성공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국내 업체가 아직 1류는커녕 선진국과는 비교조차 못할 수준인 분야도 있다. 바로 자동차 박물관이다.

전 세계 6대 메이커의 위상을 자랑하는 현대·기아차는 박물관은커녕 자신들의 첫 독자 모델인 포니 원조 모델(1974년형)도 보유하고 있지 못하다. 만들어 팔기 급급하다고 할까? 다행히 국내에는 삼성화재의 용인 자동차 박물관과 개인이 운영하는 제주 세계 자동차 박물관이 있어 5대 자동차 생산국의 체면을 지켰다. 반면 다른 주요 자동차 메이커는 빠짐없이 자동차 박물관을 운영한다. 자신들의 브랜드 철학과 정신, 전통을 알리기 위해서다.

세계 최초의 자동차 메이커 메르세데스-벤츠는 1923년부터 박물관(사진下)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박물관은 독일 슈투트가르트에 있으며 2006년 독일 월드컵 때 문을 열었다. 특허를 받은 벤츠 1호차부터 최초의 버스, 트럭, 디젤 승용차(260D) 등을 전시하고 있다. 폴크스바겐 비틀의 원조 모델인 W17, 55년 르망 24시간 레이스에서 관람객 84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주차로 현재 시세가 2000만 유로(약 338억원)에 달하는 300SLR도 볼 수 있다. 모두 500여 대의 박물관 보유 차종 중 160대를 선별, 순환 전시한다.

유럽 최대 메이커로 전 세계 판매 1위를 노리며 일본 도요타를 맹추격 중인 폴크스바겐은 2000년 본거지인 볼프스부르크에 자동차 테마파크 아우토슈타트를(사진上) 열었다. 독일 국민차로 출발한 폴크스바겐은 물론 아우디, 벤틀리, 람보르기니, 세아트, 스코다 등 그룹 산하 브랜드의 역사·전통·미래상을 보여주는 전시관을 한데 묶었다. 폴크스바겐 새 차를 구입한 고객이 가족과 함께 이곳을 방문, 자신의 차를 찾아가는 출고장도 함께 있다. 아우토슈타트는 주말이면 1만5000여 명이 방문하는 명소다.

폴크스바겐 그룹 산하 아우디 역시 지난 2000년 잉골슈타트에 아우디 포럼이라는 박물관을 열었다. 박물관·고객센터·레스토랑·서비스센터로 구성됐으며 누구나 아우디를 경험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다. 다른 독일 메이커인 BMW, 포르셰도 박물관 운영에 적극적이다. BMW는 지난해 뮌헨 본사 빌딩 옆에 폴크스바겐 아우토슈타트와 비슷한 컨셉트의 벨트를 오픈했다. 포르셰 역시 올해 초 1억 유로(약 1700억원)를 투자해 새 박물관을 개관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긴 역사를 지닌 푸조 역시 프랑스 소쇼에 어드벤처 뮤지엄을 만들었다. 창업자 아르망 푸조가 110여 년 전 회사를 세울 때부터 오늘날까지 기념비적인 모델들을 모았다. 자동차 외에도 자전거, 커피 그라인더, 후추 제분기 등의 다른 푸조 제품을 볼 수 있다.

빅3 가운데 유일하게 정상 경영 중인 포드는 미국 마이애미 디어본에 자리한 그린 필드 빌리지에 헨리 포드 뮤지엄을 운영한다. 포드뿐 아니라 미국의 역사를 보여주는 볼거리가 많다. 최근 파산보호 처리가 결정된 크라이슬러는 디트로이트 어번 힐에 월터 P. 크라이슬러 뮤지엄이 있다.

 일본 도요타는 94년 나고야에 산업기술 기념관을 오픈했다. 도요타 그룹의 발상지인 방직 공장 터를 되살려 건설했다. 최초의 양산차 AA, 트럭 G1은 물론 당시 생산라인까지 고스란히 재현했다. 혼다는 자신들의 꿈과 도전정신을 담은 트윈링 모테기를 97년 도치기현에 열었다. 레이싱 서킷과 컬렉션 홀, 체험관으로 구성된 트윈링 모테기는 혼다의 모터사이클·자동차·동력제품 등을 보고 즐기는 테마파크다.

박영웅 월간 스트라다 기자 heropark@istrada.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