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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오현의 초등 영어 카운슬링 ④ - 듣기점수가 잘 안나오는데

중앙일보

입력

송오현의 초등 영어 카운슬링 ④ - 듣기점수가 잘 안나오는데
저학년도 자막없이 반복 청취, 수준에 맞는 교재 골라야

Q. 초등학교 2학년 엄마다. DVD를 볼 때 자막 없이 원어를 듣기만 하면서 보는 것과 한글자막으로 보는 것에 큰 차이가 있나? 아직 어린데 원어로만 듣는 것이 도움이 될지 궁금하다.

아이가 어릴수록 원어로 들려주는 것이 효과가 높다. 단, 전혀 알아듣지 못하는 상황에서 원어로만 보는 것은 의미가 없다. 아무리 그림이 예쁘고 흥미로운 내용이 나오더라도 지루할 수밖에 없다. 일정 시간씩 끊어서 보여준 후, 본 내용에 대해 얘기하며 확인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좋다. “주인공이 누구지?” “빨간 조끼를 입은 캐릭터는 어디로 가고 있지?” 처럼 내용 이해에 도움이 되는 질문을 하라. 한글자막은 권하고 싶지 않다. 어른들이 외국 영화를 볼 때도 자막을 읽는데 집중하면 영어는 거의 못 듣는 것과 같다. 자막을 보면서 청각에 집중하기는 쉽지 않다. 듣기 실력 향상을 목표로 한다면 자막 없이, 여러 번 반복해서 보여줄 것을 권한다.

Q. 6학년 아이의 엄마다. 시험을 볼 때마다 듣기 점수가 잘 안 나와 고민이다. 학교, 학원에서 하는 듣기 공부 외에 따로 듣기교재를 공부시키거나 듣기 전문 학원에 보내면 어떨까?
영어 듣기 시험 점수가 잘 나오지 않는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어휘력 수준이다. 영어 발음을 잘 듣는다고 해도 주요 단어의 의미를 모른다면 지문을 이해할 수 없다. 특히 전체 내용을 암시하는 키워드를 놓친다면 곤란하다. 둘째, 텍스트에 대한 이해 능력 부족이다. 듣기 지문에 나오는 배경 지식을 전혀 모르거나 이해할 수 없다면 영어 듣기를 아무리 잘 하는 아이라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듣기만 따로 관리할 것이 아니라 광범위한 분야에 대해 읽기(Reading)를 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듣기 실력, 집중력이해력과 함께 자란다
듣기는 집중적으로 공부한다 해서 하루아침에 실력이 늘지 않는다. 한 단계씩 차근차근 실력을 쌓아가야 한다. 듣기를 시작하는 단계부터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는 충분히 많이 듣는 것이 중요하다. 영어를 접할 수 있는 방법과 매체는 무척 다양해졌다. 애니메이션 비디오를 보거나 영어 동요를 활용할 수도 있고, 오디오북이나 팟캐스트(podcast)에서 다운로드 받은 MP3 음원으로 공부할 수도 있다. 교육방송 영어 프로그램이나 아리랑 TV도 좋은 수단이다.
 
이 시기에 듣기 훈련을 하면 원어민 발음에 익숙해지고 영어에 대한 거부감을 없앨 수 있다. 무엇보다 오랫동안 집중해서 들을 수 있는 힘이 향상된다. 하지만 실질적인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아이가 제대로 듣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무작정 영어 교재를 오랫동안 들려줄 것이 아니라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틈틈이 질문을 던지며 실력을 점검하는것이 좋다. 수준에 맞는 교재를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듣기 실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모르는 단어가 많으면 이해할 수 없다. 동영상이든, 오디오북이든 단어 레벨에 맞춰 선택하고 점진적으로 수준을 높여간다. 자막이나 스토리북 등 텍스트를 보면서 듣기 훈련을 하면 효과가 떨어진다. 글과 소리라는 두 가지 정보를 받아들일 때, 뇌는 소리보다 글을 더 빠른 속도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텍스트는 들은 내용을 확인할 때 활용할 것을 권한다.

책을 많이 읽어야 듣기실력도 늘어
진득하게 듣기 학습에 집중하지 못한다면 기초 단어 실력이 부족하기 때문일 수 있다. 기초 단어 리스트를 벽에 붙여놓고 매일 볼 수 있게 배려하고, 듣기 학습 전에 관련 어휘를 한 번 정리해주는 것도 요령이다. 초등학교 저학년은 애니메이션이나 쉬운 챕터북 등 아이가 흥미를 갖는 주제로 시작하고, 고학년으로 넘어가면서 점점 분야를 넓혀가는 것이 좋다. 가능하다면 다큐멘터리나 뉴스까지 확장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사회, 과학, 철학, 문학, 문화, 역사, 뉴스 등 다양한 콘텐트까지 소화하기 위해서는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 전혀 모르는 생소한 내용은 듣기 실력에 상관없이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영어책 읽는 속도가 느리다면 한글로 쓴 책이라도 충분히 읽히자.
 
지적 능력이 커지고 이해력이 뒷받침되면 모르는 단어가 나오더라도 의미를 유추 할 수 있다. 긴 글을 처음부터 끝까지 단어 하나 빼지 않고 듣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핵심적인 키워드를 정확하게 짚어내고 전체적인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해야 할 올바른 듣기 학습 방향이다.

송오현 DYB최선어학원 원장
고려대 졸, 『중학교 첫시험 특목고 합격 결정한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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