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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는 학교 즐거운 오후]2.서대문구 서연중학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어느 수요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서연중학교 (교장 尹孝洙) .재료를 섞고 반죽을 만들며 한동안 분주하던 가사실습실에 먹음직스런 '콘브레드' 가 구수한 냄새를 풍긴다.

전문외래강사 문재원 (36.동양제과학원) 씨와 강희정교사 (가정)가 담당하는 방과후 '제빵.제과' 시간. " '정 때문에' 라는 드라마 덕분에 지원자가 몰려 경쟁이 치열했다" 는 인기종목이다.

가사실습실에서 약 10m쯤 떨어져 있는 도자기실. 상상의 날개를 펴서 보석상자며 필통.그릇 등을 빚는 손들이 바쁘다.

최근 거금 4백50만원을 들여 새로 사들였다는 가마도 제법 전문적 면모를 더한다.

크지 않은 운동장에는 농구와 축구를 하는 학생들의 숨가쁜 움직임이 가득하고, 2층에서는 수채화를 그리는 미술 학도들의 붓 놀림과 드럼.전기기타.보컬그룹의 연습소리까지 어우러져 교정의 분위기는 청소년들의 생동감을 물씬 자아낸다. 한결같이 하는 활동에 열중해 있다.

지난 96년부터 방과후 교육활동을 시작, 우수시범학교로 명성을 날린 서연중학은 올 봄학기부터 딱딱한 수업이 끝나면 자유롭고 홀가분하게 색다른 활동들을 경험할 수 있도록 전교생 1천6명을 방과후 활동에 참여시키는 파격적 시도를 했다.

IMF한파로 인해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이 늘어나자 유료 활동프로그램을 12개로 제한하고 모든 교사들이 함께 참여하도록 한 것이다.

학생 등록률은 1백13%로 예상을 능가했다.

尹교장은 "경제배경이 어려운 다수의 소질을 희생시키지 않도록 현직 교사가 담당하는 무료활동을 늘려 학생마다 한가지씩 방과후 교육활동을 권장했다" 고 전한다.

"물론 간단치는 않았지요."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알림문을 보내 수요조사를 하는 한편 또 여러번 직원회의와 운영위원회에서 '심사숙고' 를 거쳤다고 尹교장은 밝힌다.

등교시간을 앞당기고 오후 자율학습시간도 없애 시간을 확보하고, 개별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프로그램을 다양화시켰다.

지나치는 학생에게 무슨 방과후 활동을 하느냐고 묻기라도 하면 영화감상.펜싱.농구.사물놀이.일어 등 각양 각색의 답이 나온다.

또 예산을 짜내고 지난해 우수학교로서 받은 상금까지 알차게 투자해 가사실습실에 대형 오븐과 반죽기, 또 밴드.키보드.장구 등 음악기구들도 구입해 학생들의 갈채를 받았다.

잘못하면 '뒷골목 담배' 와 '폭력' 같은 부정적인 것들이 방과후 활동이 될 수 있다는 위태로운 청소년 시기. "비록 업무부담은 늘어났으나 학생 생활지도 차원에서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아 보람은 있다" 고 교사들은 말한다.

일본어반을 택한 황지현 (16.3학년) 양의 어머니 이경숙 (44) 씨도 "방과후 과외활동을 활성화한 것은 많은 학부모에게 경제적.심리적으로 도움을 준다" 며 만족스러워 했다.

강양원 교육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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