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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턴 스캔들 제2라운드]'시간싸움' 최후의 일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과 그의 성추문 사건을 수사해온 케네스 스타 특별검사 사이의 '시간싸움' 이 치열하다.

지난 94년8월 클린턴 부부의 화이트워터 부동산회사 부정대출사건 조사를 위해 특별검사에 임명된 스타 검사는 그뒤 폴라 존스 성희롱 스캔들, 힐러리 여사의 백악관 여행담당직원 불법해고 (트래블 게이트) 사건, 지난 1월 백악관 임시직원 모니카 르윈스키와 클린턴의 성추문과 관련된 대통령의 위증혐의 등을 집중조사해왔다.

4년 가까이 수사를 해오면서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하지 못해 초조해진 스타 검사는 가급적 11월 의회 중간선거 전에 수사를 마무리짓고 의회에 보고서를 제출하려 하고 있다.

보고서 작성이 더 늦어질 경우 "성과 없이 막대한 예산만 축냈다" 는 여론에 시달리게 될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클린턴측은 대통령의 행정업무와 관련된 행위에 대한 증언을 거부하는 행정특권과 경호원들의 증언 거부 특권, 변호인과 의뢰인 사이의 비밀보장 특권 등 각종 면책특권을 주장, 스타 검사의 수사를 지연시키는 작전을 펴고 있다.

특별검사측의 보고서 제출이 지연됨으로써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가 넓어지는 반사이익을 노리는 것이다.

시간 싸움에서 일단 유리한 쪽은 백악관이다. 보좌관들과 경호원들의 증언을 막기 위해 백악관측이 내세운 변호사 - 의뢰인 특권과 경호특권 등과 관련, 특별검사측은 대법원에서 곧바로 이 문제를 결정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대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당초 백악관은 브루스 린지 백악관 부법률고문과 2명의 경호원의 증언을 명한 지방법원의 결정에 불복, 항소함으로써 '시간벌기' 작전에 나섰었다.

이에 대해 특별검사는 74년 '워터게이트' 사건의 전례를 들어 신속결정을 요청했으나 대법원은 '순서대로' 항소법원에서 이 문제를 다루라고 결정한 것이다.

항소법원을 거치고 나면 이 문제에 대한 대법원의 심리는 일러야 10월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여 중간선거 전 보고서를 제출한다는 스타 검사측의 계획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자 스타 검사측은 지금까지의 수사결과를 모아 중간보고서를 낼 것을 검토하고 있지만 이 또한 여의치 않다.

미 의회는 오는 8월6일 휴회에 들어가 노동절 (9월 첫째 월요일) 을 지낸 뒤 다시 문을 연다.

8월초 휴회까지 두달도 채 남지 않은 시간동안 별다른 수사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데다 9월초 개회 후에는 온통 중간선거 준비에 정신없을 의회가 내용도 부실한 중간보고서를 주목할리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가지 변수가 있다. 바로 이 사건의 핵심증인인 전 백악관 임시직원 모니카 르윈스키의 증언 여부가 그것이다.

지난 2일 르윈스키는 갑자기 자신의 변호를 맡아오던 긴즈버그를 워싱턴의 두 거물 변호사 제이커브 스타인과 플라토 커셰리스로 교체했다.

르윈스키가 그동안 경솔한 발언으로 스타 검사측과 불필요한 갈등관계를 빚었던 긴즈버그 대신 스타와도 친분관계가 있는 두 변호사를 채용한 배경에는 특별검사측과 '면책특권' 협상을 다시 벌여 기소를 면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만일 르윈스키가 이른 시간 안에 스타와의 협상에 성공, 위증죄 기소를 면하는 대가로 연방대배심 증언에 나갈 경우 클린턴측으로서는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그렇지만 특별검사측과 르윈스키측은 증언에 포함될 내용과 수위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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