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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가계의 구조조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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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국제통화기금 (IMF) 관리체제로 들어간 지 6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구조조정만이 살 길이라는 사회적 인식을 모으는 데는 어느정도 성공한 듯이 보이고, 제도측면에선 개혁이 제법 이뤄졌다.

기업계는 많은 부도발생과 자산매각 등이 이어지면서 산업계의 구조가 바뀌고 있고 금융기관들도 은행계는 8월말까지, 제2금융권은 아마 10월께까지 대강의 방향이 정돈될 것이다.

정부와 공공부문의 구조조정스케줄 (금년치) 도 발표됐다.

기업이나 금융기관, 정부부문의 구조조정은 이제 본격적 실천만을 남겨놓은 상태인데, 이들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미진한 감도 많고 불안을 증폭시키는 측면도 있겠지만 주사위는 이미 던져진 셈이다.

이에 따라 가정과 개인생활도 과거와는 크게 다른 환경속에 놓이는 만큼 다른 부문의 구조조정추세와 걸맞은 정도와 속도의 리스트럭처링이 개인과 가정에 요구되게 마련이다.

물론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미래의 생존과 번영은 구조조정하는 것만으론 부족하고 구조조정방향을 잘 잡고 제대로 준비하는 게 필수조건이다.

벌써 가계입장에서 보면 IMF이전보다 주식가격은 30%내외, 토지가격은 20%내외, 생산은 10%정도 줄어들었고 실업자는 2배정도 늘어났으며 주요산업기반의 붕괴, 전세입주자와 집주인과의 분쟁증대뿐 아니라 사설계 깨지는 소리가 요란하다.

가계부채가 GDP규모의 50%, 기업부채규모의 20%수준인 2백조원을 넘어섰다는 보도도 있다.

이러한 변화는 앞으로도 더 진행되면서 제2차, 3차의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기업부도와 금융시장의 교란은 세수부족 속에서 공적자금 투입증대를 요구하므로 세금 기타 각종의 강제부담금을 늘리게 되며, 산업구조의 바뀜과 외국세력의 확산, 본격적 가격파괴와 빈번한 자산손바뀜,가치관과 비경제제도 문화의 변화, 사회불안 등이 그 예에 속한다.

가계나 개인이 벌이는 경제활동은 크게 나눠 다섯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노동력을 공급해서 임금 기타소득을 창출하는 일, 집안내부에서 자녀를 양육하거나 살림살이.가족돌보기 등 외부지출을 줄이는 일, 저축한 돈을 잘 굴리는 일, 주택을 구입하거나 자녀교육 등 미래투자활동, 그리고 보험가입이나 친지와의 관계개선 등을 통해 노후생활대비 기타 생활리스크를 관리하는 일이다.

첫째, 임금침체.고용불안의 새로운 환경에서 직장과 가정 속의 노동패턴은 크게 달라진다.

맞벌이부부의 급증과 재취직의 곤란은 가사분담.자녀양육분담을 요청한다.

전근과 전직의 빈번은 주거불안정을 불러오고 이는 주택매입보다 주택임차 내지 이사편의성이 중시되는 주택매입성향을 일으킨다.

연공서열임금 및 종신고용관행의 퇴조는 명문대학졸업보다 특출한 기술 보유를 선호하게 만들 것이다.

평생직장보다 평생직업과 평생임금을 생각하게 만들고, 자녀에게 상속세 많이 물고 재산 물려주기보다는 평생 안정된 직업을 갖게끔 교육훈련시켜주겠다는 생각이 더 현명하게 보일 것이다.

부모 스스로의 교육과 재훈련은 더 다급하다.

정보화기술.국제화정보.생산적 서비스산업관련지식.창조적 사고나 행태.외국어습득이 인기항목이다.

둘째, 자산포트폴리오도 재구성할 수밖에 없다.

금융자유화.외환자유화.부동산과 주식가치의 재평가와 손바뀜.유동채권화 등이 실현되면서 이제는 고수익을 보장하면서 유동성좋고 안정성 높은 금융상품이 많이 등장한다.

또 정보화기술이 잘 활용된 상태에서 다양한 금융상품은 먼 거리에 있는 금융기관에서도 쉽게 살 수 있게 된다.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이면에서도 일어난다.

셋째, 이번 일을 계기로 각종 공공기금과 사회보장제도가 얼마나 안전한가에 대한 재평가작업이 수행될 것이고, 그 결과는 부정적으로 판정이나올 것이다.

공적보장제도에 대한 불신과 외국의 보험기관 이용이 가능해지면서 다양한 형태의 생활리스크 회피장치를 이용하게 된다.

그런데 개인이나 가계가 직장선택.교육기회선택.주거형태나 장소선택.미래대비와 관련해 과거와 다른 가치관에 입각해 과감히 변신하려는데 정부가 과거 제도를 고집하면 또 사회적 마찰이 증대된다.

따라서 보통 임금보다 퇴직금을 우대하는 세제나 단신 또는 맞벌이부부를 전업가장보다 차별하는 세제와 사회보험 등은 고쳐져야 한다.

임대주택건설을 장려하고 부동산 양도세를 대폭 경감 (보유세는 증액하더라도) 하며, 부동산의 증권화 내지 투자목적의 주택매입을 장려해서 자산시장에서의 이동 가능성을 높여줘야 한다.

또 근로소득과세에도 연례적 기초공제한도 늘리기보다는 저축하거나 공부하는 비용지출을 소득공제시켜주는 게 IMF시대에 개인들의 변신을 도와주는 일이다.

이한구 대우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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