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눈앞에 닥친 1달러=150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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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우리가 가장 걱정했던 엔화가치 하락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어제 도쿄 (東京) 외환시장에서 한때 1백40엔이 붕괴되고 이제 1달러당 1백50엔이 눈앞에 닥쳐왔다.

이같이 일본 엔화가 일본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맥을 못 추는 것은 일본경제의 장래가 불투명한 데다 미.일 양국간 금리차로 인해 엔 수요는 줄어든 반면 달러 수요는 늘어났기 때문이다.

일본이 국내적으로 구조조정을 빨리 끝내고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없애는 것만이 사태를 반전시킬 수 있는 길이다.

그러나 균형환율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우리 경제는 상처 입은 몸에 다시 멍이 들 것이다.

엔화가치 하락은 아시아경제의 회복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치고 종국엔 중국의 위안화가치까지 떨어지는 도미노사태를 불러올 위험이 크다.

이렇게 되면 우리를 비롯한 아시아경제의 회복이 그만큼 늦어지고 아시아 각국이 경쟁력 회복을 위해 경쟁적으로 환율조정에 나서면 아시아경제는 벼랑 끝에 서게 된다.

엔화환율이 이렇게 급등하면 당장 정부.금융기관.기업은 두 가지 발등의 불을 꺼야 한다.

하나는 일본정부와 금융기관의 협조를 구해 일본의 만기전 대출상환 압력을 해소하는 것이다.

현재 추세로는 외환보유액이 늘어나고 있지만 일본의 대출상환요구 러시는 덩달아 올라가는 원 - 달러환율의 최대 불안요인이라는 점에서 세심하게 대처해야 할 것이다.

다른 하나는 일본제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출경쟁력이 떨어질 것에 대비해 국내적으로 더욱 가격을 낮출 수 있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현재의 고금리를 가능한 한 낮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노사 양측에 우선 기업을 살리고 생산성 향상을 통해 원가상승 요인을 흡수하려는 협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이대로 엔저 (低)가 지속된다면 아시아경제의 붕괴가 눈에 보이는 만큼 종국에는 미국경제의 호황도 지속될 수 없다.

이 점을 방미 (訪美) 중인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은 미국의 조야에 널리 알려 환율안정을 위한 선진국간 공동노력을 촉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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