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여가 사이에서 균형 맞추고 싶다고? 당분간 꿈 깨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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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호 30면

최근 대학 졸업식에서 축사를 할 일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조금 황당한 경험을 했습니다. 대학 측으로부터 ‘축사 가이드라인’을 받은 것입니다. 이를테면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가라’ 따위의 진부한 표현을 쓰지 말아 달라, ‘시너지’나 ‘패러다임’ 같은 전문용어를 삼가 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졸업생들에게 당신이 미래를 책임질 최고의 인재라고 치켜세우지 말아 달라고 하더군요. 경제 상황이 최악이라 졸업생들이 내색은 하지 않아도 내심 불평할 거란 배려(?)에서였겠지요.

잭 웰치 부부의 성공 어드바이스<114> 대학 졸업생에게 주는 메시지가 있다면

지금 경제 상황이 최악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분명히 인정해야 하는 현실이기도 합니다. 그래도 물론 성공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3년 전 우리 부부는 ‘대학 졸업생에게’라는 제목으로 칼럼을 쓴 적이 있습니다. 당시 “성공하기 위해서는 회사의 기대치를 뛰어넘어라”고 당부했지요. 우리 부부는 여전히 이런 충고가 유효하다고 믿습니다. 그러면서 여기에 네 가지 실천 덕목을 추가하려고 합니다.

먼저 컴퓨터에서 멀어지세요. 물론 우리는 (컴퓨터 없이 생활하는) 네안데르탈인이 아닙니다. 식사를 하는 순간에도, 수다를 떠는 순간에도 블랙베리를 끼고 있지요. 인터넷 사이트 ‘트위터’와 ‘페이스북’ 없이는 단 하루도 살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단순히 출세하기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닙니다. 여기서 우리가 일하고 생활하는 확실한 이유가 한 가지 있는데 바로 ‘관계’의 문제입니다. 어떤 관계는 컴퓨터에 의해 유지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런 식으로 모든 게 만들어지지는 않지요. 늘 하던 대로 e-메일을 통해 상대방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러기보다는 엘리베이터를 타거나 혹은 직접 걸어가서 상대방을 만날 것을 권유합니다. 직접 얼굴을 보고 만남으로써 동료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하세요. 또 그들에게 당신을 알게 해 주세요.

회사 일이 너무 쉽다고 여겨 주당 2~3일은 재택근무를 해도 될 것 같다고 생각한다면 이 역시 오산입니다. 이럴 때는 당신 뺨을 살짝 꼬집으세요. 정신 차리라는 말입니다. 적어도 미래의 비즈니스 리더가 되고 싶은 사람이라면 현장에 있는 것이 최고의 답입니다.

우리의 두 번째 충고 역시 구닥다리처럼 들릴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이 역시 영구불변한 진리입니다. 회사 생활에서 휘파람을 불려면 마땅히 수업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겁니다. 비틀즈 드러머 출신의 유명 가수 링고스타가 부른 ‘당신은 쉽게 오지 않네요’라는 노랫말이 여기에 딱 들어맞습니다. 꿀맛을 보려면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는 얘깁니다. 특히 당신이 일과 생활의 균형을 찾고자 하는 신입사원이라면 당분간 참을 것을 권유합니다. 적어도 사내에서 호평을 받기 전까지는 말이지요. 이미 미국 실업률이 9%를 넘었다는 사실도 명심하시고요.

세 번째 충고는 모든 사람을 사랑하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엄청난 비난과 괴소문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는 실패자들을 내쫓는 경향도 있습니다. 이런 위험천만한 현실이 한 그룹, 혹은 다른 그룹에 줄을 서면서 당신을 ‘사내 정치’에 빠지게 할 수도 있을 겁니다. 이런 유혹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대신 사무실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을 당신의 멘토로 삼는 것이 훨씬 남는 장사입니다. 맡은 업무나 직위에 관계없이 그들은 당신에게 충분히 훌륭한 가르침을 줄 겁니다. 그러면서 기업을 바라보는 냉소주의가 저절로 떨어져 나가도록 하세요. 이런 덕목이 당신을 더 유능하고, 더 겸손하게 만들 겁니다. 경제가 나빠지고 아니고를 떠나서 당신이 승자가 되는 것은 문제도 아닙니다.

대학 졸업생, 특히 경영학과 전공생들을 위한 우리의 마지막 충고는 자부심을 가지라는 겁니다. 이른바 미국식 시장경제에 대한 최근의 ‘잡음’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기업은 실적이 좋고 고용도 잘 유지하고 있습니다. 수치심을 느낄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당신은 조만간 고귀한 직업을 갖게 됩니다. 비즈니스는 일자리를 만들고, 희망을 주고, 당신을 세계와 이어 줍니다. 이것만으로도 축제를 벌일 시간 아닙니까.

대학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당신이 최고의 두뇌입니다. 미래가 당신에게 달려 있습니다. 이제 당신이 해야 할 일은 기대치를 뛰어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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