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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 제작 시사프로그램, “사실보다 주장 담아 … 검증 과정도 허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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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지난해 MBC ‘PD수첩’이 광우병의 위험성을 보도했을 때 나온 문제제기다. 객관적 사실보다 관점과 의견을 중시하고, 특정 입장에 부합하는 내용을 집중적으로 부각하는 몰아가기 식이라는 것이다. 그로부터 일 년이 지난 최근에 다시 ‘PD 저널리즘 공방’이 시작되고 있다. 법원이 항소심에서 PD수첩의 보도에 대해 정정보도를 명령하고 검찰도 PD수첩 제작진을 무더기로 불구속 기소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당사자들과 야당인 민주당은 “언론자유 탄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PD 저널리즘이 왜 논란이 되는지를 정리한다.

◆객관성 대신 관점과 의견 강조=“시사 프로의 생명은 관점과 맥락에 맞게 정보를 취사 선택하는 겁니다.” 이번 검찰 수사 과정에서 e-메일이 공개된 PD수첩의 작가 김모씨. 그의 인터뷰 발언은 PD 저널리즘의 속성을 보여준다. 객관성·중립성·공정성보다는 사실에 대한 해석·시각을 강조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객관적 사실 자체의 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거나 사실과 의견이 혼재된다. 왜곡이 생길 가능성도 적지 않다.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이번 보도에 대해 “팩트에서 출발했다기보다는 제작진이 전달하려는 의견에서 출발해 그에 부합하는 사실 위주로 편집하면서 사실 확인이 제대로 되지 않거나 부정확한 내용들이 포함됐다”고 지적했다. 이창근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도 “ 사실을 객관적으로 입증하려는 노력 자체를 도외시하는 것은 저널리즘의 본령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강렬한 스토리텔링과 감성적 영상=PD저널리즘은 논리보다 감성에 호소한다. 강하고 효율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드라마틱한 연출 기법도 동원한다. 이번 보도가 “저널리즘이라기보다는 공포드라마에 가깝다”(이민웅 한양대 명예교수)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윤영철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는 “PD들은 기본적으로 프로그램을 드라마틱하게 만드는 속성이 있다”고 말했다.

◆취재 훈련 부족, 게이트키핑의 부실=전문적인 취재 훈련을 받지 못한 작가들이 취재, 대본 작성, 프로그램 구성에 깊숙이 개입하는 것도 문제다. 취재 내용을 사전에 크로스체크하는 게이트키핑 시스템도 느슨하다. 작가·PD·CP(책임PD)로 이뤄진 자율적인 작은 팀 안에서 제작이 마무리돼, 사전·사후 점검 체제가 미비하다는 지적도 있다.

◆긍정적 기능은 살려야=PD 저널리즘은 긍정적 역할도 했다. 기존 언론의 출입처 중심 취재 관행에서 벗어나 이슈 중심의 심층·탐사 저널리즘 시대를 열었기 때문이다. 각종 성역 파괴에도 앞장서 왔다. 이창근 교수는 “PD 저널리즘이 가진 사회 비판 기능이 축소돼서는 곤란하다”며 “ 정치적 균형을 맞추는 공정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양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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