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제는 다시 경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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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선거는 끝났다.

6.4지방선거는 마침 김대중 (金大中) 정부 출범 1백일과 우리가 국제통화기금 (IMF) 관리체제로 들어간지 6개월 되는 시점에서 치러졌다.

金정부가 그동안 경제위기 극복에 온갖 애를 썼지만 아직 위기극복의 본격노력에 발동을 거는 단계이고, IMF관리체제하의 고통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것이 국내외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선거를 끝낸 우리가 이제부터 할 일은 자명하다.

다시 경제위기극복에 한덩어리가 돼 전력을 쏟아붓는 일이다.

여야 각정당과 후보들은 물론 노사와 온 국민은 선거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다시 한뜻으로 나가야 한다.

6.4지방선거는 경제위기라는 국난 (國難) 속의 선거였지만 선거운동과정을 따져보면 국난에 따른 위기의식이나 국민의 고통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 선거라는 아쉬움을 남겼다.

국난을 의식한 선거였다면 정당이나 후보 모두가 국난극복방안에 초점을 맞춰 정책과 공약을 제시했어야 마땅하고 선거운동방식도 국난극복의 솔선수범을 경쟁하는 방식으로 나타났어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 선거과정은 지역주의를 바탕으로 한 기존 여야정당의 헤게모니 쟁탈전 양상으로 전개되고, 주로 광역단체장 확보를 겨냥해 흑색선전.인신공격.비방.음해 등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저질공방으로 흘렀던게 사실이다.

도대체 16일간의 선거열전을 치르면서도 당면한 최대 현안인 경제위기극복에 관한 기억할만한 정책대안 하나 나온게 없지 않은가.

선거에서 나온 것이라곤 어느 정당이 어느 지역을 얼마만큼 싹쓸이 했느냐는 지역주의와 후보검증을 빙자한 서로간 치부 (恥部) 캐기로 정치의 저질화와 여야 감정대립을 더 심화시킨 것 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마디로 이번 선거과정은 국난극복이라는 국가중심과제를 담아내지 못했고, 실업과 소득격감 (激減) 과 생활불안에 빠진 국민의 고통을 반영하지도 못했다.

유례없이 낮은 투표율이 무엇보다 이런 사실을 웅변으로 말해주는 것이다.

우리는 특히 이번 선거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가장 필요한 국민화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가장 우려한다.

지역대립과 분열을 다시 확인하고 여야간 대립이 더욱 심화된 선거결과는 선거가 가져와야 할 새로운 국민통합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선거가 끝난 이 시점에서 시급히 해야 할 일은 선거가 남긴 분열적 요소를 빨리 털어내고 난국극복을 위한 국민적 의지와 화합을 확립하는 것이라고 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여야간 정쟁 (政爭) 이 자제돼야 한다.

이번 지방선거가 정계개편의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여야정당간의 쟁패전 성격을 보여왔던 만큼 여야는 곧바로 의원빼가기와 방어로 극한대립을 보일 공산이 지극히 크다.

이렇게 여야가 다시 세력다툼을 벌인다면 국난극복을 위한 국민적 태세가 확립될리가 없다.

경제회복이란 국가중심 과제가 실종되고 정쟁만 전면에 부각될 것이다.

우리는 이런 현상이 와서는 결코 안된다고 본다.

우리가 보기에 정계개편은 선거결과에 따라 어느 정도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도 있다.

출신지역 표의 흐름에 따라 정당을 바꾸는 현상이 나올 수 있고 이는 인위적으로 막기도 어려운 일이다.

그런 방식이 아닌 약점잡아 압력넣기, 강압적인 회유 등으로 정계판도를 바꾸려 한다면 대립은 심화되고 정치도덕성 문제를 둘러싼 시비가 커질 수밖에 없다.

우리는 소모적이고 반국익적 (反國益的) 인 이런 정치전개를 경계하면서 당면한 국난극복에 여야가 대국적인 차원에서 협력하는 체제를 확립해야 한다고 믿는다.

야당은 총리서리라는 파행적 헌정상태를 이제는 정상화하는데 인색해서는 안될 것이다.

여당은 야당을 존중하고 대접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국회의장단.상임위원장 등을 뽑는 국회의 원 (院) 구성에서 응분의 대접을 해야 할 것이다.

이런 상호인정과 존중으로 정쟁이 아닌 경제와 국난극복이 정치의 중심의제로 자리잡도록 해야 한다.

지금 우리에겐 할 일이 산더미 같다. 밤잠을 안 자고 노력해야 할 일들이 쌓여 있다. 정쟁을 벌이고 분열하고 할 여유가 없다. 집권세력과 야당은 화합과 탕평 (蕩平) 의 거국적 위기극복태세로 나가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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