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제38기 왕위전 본선 리그' 이세돌, 반집 차로 도전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제38기 왕위전 본선 리그
[제12보 (193~215)]
黑.안조영 8단 白.이세돌 9단

반집은 허수이고 바둑판 위의 가장 작은 수다. 동시에 이 반집은 승부사의 눈물과 탄식으로 얼룩진 존재이기도 하다.

안조영8단이 199로 패를 썼을 때 이세돌9단은 드디어 우상을 잇고(195 자리) 패를 해소했다. 우상 흑은 잡혔다. 그러나 흑도 우변 백 석점을 우드득 때려냈다. 포연이 자욱한 반상에 사상자들이 널려 있다. 누구의 승전이고 누구의 패전일까.

결론을 먼저 말한다면 이 판은 262수까지 진행된 끝에 백이 반집 이겼다. 수없는 변화와 거듭된 패싸움이 이어졌으나 형세는 계속 팽팽하다가 사진 판독으로 결승선 장면을 다시 보니 이세돌의 가슴이 털끝 하나 차이로 먼저 라인에 닿았던 것이다.

이세돌은 나중에 이렇게 말했다. "처음엔 좋았으나 나중엔 역전돼 지는 형세였다. 상대가 초읽기에 몰리는 바람에 이긴 것 같다. 운이 좋았다."

안조영은 반집 패배를 운명적으로 받아들였다. 좁혀지지 않는 반집의 거리는 절망적이었으며 이기는 코스는 찾을 수 없었다고 했다. 200수 이후에도 60여수가 더 두어졌는데 그 긴 수순 동안 반집 지는 코스를 바꿀 방법이 하나도 없었느냐고 묻자 그는 마지 못해 '참고도'를 제시했다.

실전에선 209~213의 수순으로 중앙을 잡았으나 이보다는 '참고도'처럼 흑1로 한칸 뛰어 잡는 수순이 한 집쯤 이득일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세돌은 이 판을 이겨 7전전승으로 도전권을 쟁취했다. 선전했던 안조영은 5승2패로 2위. 이리하여 이창호 대 이세돌의 빅매치가 1년여 만에 성사됐다 (198-△, 200=195).

박치문 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