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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lkHolic] 인천시, 값싼 ‘휴대 자전거’ 만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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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13일 오후 인천시 강화군 선원면 신정리 해안도로. 바로 옆으로 바다가 펼쳐지는 자전거 전용도로는 휴일 한때를 즐기는 자전거 나들이족들로 붐볐다.

강화자전거연합회 회원들이 10일 강화도의 해안 자전거 전용 도로(20여㎞)에서 염하강과 강화해협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있다. [강화=조문규 기자]

김인근(37·인천시 부평구)씨는 “자전거를 타면 풍광이 더 아름다워 가족들과 자주 온다”고 말했다. 1999년에 뚫린 이 길은 소문을 타고 수도권의 대표적인 관광 자전거 코스가 돼 있다. 그러나 인천 도심의 자전거 문화는 이후 10여 년간 제자리 걸음을 면치 못했다.

그런 인천이 올 들어 획기적인 자전거 정책을 펴고있다. 목표는 시민들이 출퇴근·쇼핑 등의 일상생활을 자전거로 해결하는 ‘생활밀착형’ 자전거 명품 도시다.

올 한 해 전국의 자전거 예산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돈(650억원)을 들여 공단·오피스 지역을 중심으로 138㎞(양방향 276㎞)의 자전거 전용도로를 개통할 계획이다. 투자를 집중해 단기간에 거리의 풍경을 바꿔놓겠다는 전략이다. 교통정책의 우선순위도 자동차 위주에서 보행자·자전거로 바꿨다. 이를 위해 시내 도로의 자동차 최고 통행속도도 60㎞(종전 80㎞)로 줄였다.

‘포터블 자전거’의 개발·보급은 인천의 핵심 전략사업이다. 안상수 인천시장은 “자전거 전용도로가 제값을 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이 기꺼이 자전거를 몰고 나와야 한다는 데 초점을 맞춘 사업”이라고 말했다.

자전거를 타고 가다 버스나 지하철로 갈아탈 때 접어서 간편하게 휴대할 수 있는 접이식 자전거를 시민들에게 싼값에 보급한다는 것이다. 기존의 접이식을 몇 단계 뛰어 넘는 새로운 기술을 접목시킨 자전거의 개발이 관건이다.

접었을 때의 부피나 무게를 크게 줄여 밀거나 끌어서 손쉽게 옮길 수 있도록 설계할 예정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바퀴가 작으면서도 일반 자전거 못지 않은 속도나 안전성을 확보해야 한다. 또 소재가 가볍고, 접고 펴는 동작이 간편해야 한다.

인천시는 다음 달 중 ‘인천 도심형 자전거’의 설계공모에 들어갈 예정이다. 자전거 관련 기업이나 연구소·대학·개인 발명가 등을 대상으로 기술뿐 아니라 디자인·생산원가 등까지 포함한 설계를 접수한다.

인천시에는 벌써부터 전국에서 자전거 개발 관계자들의 방문이 잇따르고 있다. 홍준호 인천시 건설교통국장은 “처음에는 자전거 선진국들도 못했는데 가능하겠느냐는 시각도 있었지만 우리의 잠재적 기술역량을 감안할 때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인천시는 올해 말까지 기술심사를 마치면 특허를 신청하고 민·관 합자회사를 출범시켜 내년부터 양산체제에 들어갈 계획이다. 수도권 최대의 산업단지인 인천 남동공단을 중심으로 부품 생산체제를 갖춰 인천을 자전거 산업기지로 만든다는 전략도 추진 중이다. 기술력을 무기로 국내 시장은 물론 외국 자전거 시장까지 진출하기 위한 것이다.

내년 중으로 5만 대를 생산해 내고 대당 10만원씩 예산을 지원해 10만∼20만원의 가격에 시민들에게 보급될 예정이다. 이들 자전거에는 교통카드 기능의 칩을 부착해 자전거를 휴대한 채 지하철·버스를 타면 ‘자전거 환승할인’까지 적용받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세로 70㎝·가로 50㎝ 정도의 크기로 제작해 부지면적이 크고 도난 우려가 있는 자전거 주차장 대신 자전거 로커를 설치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허식 인천시자전거활성화위원장은 “도심형 자전거 사업이 성공하면 시민들이 언제 어디서나 자전거를 탈 수 있는 ‘자전거 도시’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인천=정기환 기자 , 사진=조문규 기자



안상수 인천시장 “단기간에 집중 투자 … 거리 풍경 바꿔놓을 것”
자전거 명품도시 되면 외국인 투자도 늘 것

“자동차에 젖은 교통 의식을 바꾸기 위해서는 단기간의 집중적인 투자가 중요합니다.”

안상수(사진) 인천시장은 “인천이 출발은 늦었지만 머지않아 유럽에도 뒤지지 않는 자전거 명품도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전거 관련 회의 때마다 ‘줄탁동기(茁啄同機·병아리가 부화할 때는 계란의 안과 밖에서 같이 껍질을 쪼아야 한다는 뜻)’를 인용하곤 한다. 큰 돈을 들여 자전거 전용도로를 내는 것은 계란의 바깥에서 껍질을 쪼는 것이고, 그 길로 시민들이 자전거를 몰고 나오는 것은 안에서 쪼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안 시장은 “휴대형 자전거의 개발도 안에서 껍질을 쪼는 것을 북돋우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올해는 어떻게 달라지나.

“도심의 간선도로를 과감히 베어내(도로 다이어트) 자전거 교통망의 간선 축을 갖추겠다. 통학·통근길을 중심으로 올해 276㎞(양방향)의 자전거 전용도로가 개설된다. 1000여 대의 공공자전거망도 가동한다.”

-시민들이 스스로 자전거를 타는 것이 중요한데.

“그래서 자전거 정책의 목표를 ‘생활밀착형’으로 집중했다. 먼저 기업과 학교에서부터 자전거 바람을 일으킬 생각이다. 자전거 전용도로도 GM대우 및 남동·부평공단과 오피스 지구 등에 최우선으로 내게 했다. 생활형 자전거가 정착되면 레저·관광용 자전거는 저절로 굴러갈 것이다.”

-인천에 자전거 교통이 왜 중요한가.

“21세기는 도시 경쟁력의 시대다. 친환경적인 교통문화는 앞으로 기업하기 좋은 도시의 필수 요건이 될 것이다. 인천이 자전거 명품도시로 거듭나면 송도국제도시 등에 대한 외국의 투자도 한층 활성화될 것으로 믿는다.”

-평소 자전거 타기에 대한 관심은.

“자전거는 좋은 걸 가지고 있지만 시간이 나지 않아 솔직히 자주 타지는 못한다. 탈 때마다 행복한 느낌을 누릴 수 있는 최고의 교통수단이다.”

인천=정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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