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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때 팔다 남은 농산물 세트 납품업체에 반품 금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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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대형 유통업체가 명절 때 팔다 남은 농산물 선물세트를 납품업체에 반품하는 것이 금지된다. 특정 기간에만 맛볼 수 있는 계절과일·채소 등도 반품이 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대형마트·백화점 등 유통업체들은 주요 쇼핑 시즌에 농산품 물량을 맞추는 데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17일 공정거래위원회와 유통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이달 중 대규모 소매업 고시를 개정해 이 같은 내용을 추가할 계획이다. 공정위는 24일 열릴 전원회의에 개정안을 상정하고 다음 달 1일부터 시행키로 했다. 이는 대형 유통업체들이 현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유통 기한이 임박한 농산물을 반품하는 경우가 늘면서 영세업자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현행 고시는 대형 유통업체가 직접 상품을 구매하는 ‘직거래’를 할 경우 반품하는 것을 금하고 있다. 다만 예외적으로 ‘명절용 선물세트·계절용품 등 특정 기간이나 계절에만 주로 판매하는 상품’(3조4항) 등에 대해서는 반품을 허용해 주고 있다. 문제는 반품 허용 대상이 지나치게 포괄적이어서 해석에 따라 유통 기한이 짧은 농산품도 이 예외 규정을 적용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일부 유통업체들은 이 조항을 악용해 설날·추석 같은 대목에 농산품을 대량 주문하고, 팔리지 않은 상품을 영세업자들에게 다시 떠넘기곤 했다. 이에 공정위는 3조4항에 ‘건조나 염장 등을 하지 않은 신선 농산물은 반품을 금지한다’는 내용을 추가해 반품 가능한 상품의 범위를 명확히 했다.

공정위 고위 관계자는 “유통업체들이 명절 때 평소의 두 배가 넘는 농산물을 주문했다가, 시즌이 끝나면 절반가량을 반품하는 사례가 계속 접수됐다”며 “납품업체들은 물건이 거의 부패된 상태로 돌아오지만 계속 거래하기 위해 손해를 감수하고 있다”고 전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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