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시조백일자]초대시조 - 나비 등을 타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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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나비 등을 타고

이준섭

세상일 뜻대로 안될 때는 나비

등을 타고 멀리멀리 날아가자.

IMF로 가뜩이나 어지러운

이 세상, 별은 밤이 깊을수록

더 빛나듯, 절망이 처절할수록

더 눈부신 저 햇살, 햇살가루

조금씩 모아 담으면서, 봉글봉

글 봉오리진 꽃망울들의 향그

러움, 찔레꽃, 탱자꽃, 산철쭉

꽃…

향내음 벙그는 숲 흥건히 괴는

사랑, 화끈한 봄볕으로 설레임

칭칭 감고, 봄들판을 내 멋대

로 날아 다니는 이 황홀함, 날

아가는 꽃숲마다 아지랑이 피어

오르고, 풀밭 침대 사랑물 스

물스물 번지다가, 사랑물 한 몸

으로 화그르르 타오르다가, 눈

부셔 눈 못뜰 한 세상 싣고 날

다, 꽃봉오리 퐁퐁 터뜨리며 쓰

러지는구나, 쓰러지며 날 붙잡

고 옴쏙옴쏙 빨아들이는구나!

무지개

타오르는 꽃불 안고

나비떼로 날아가자.

◇ 시작메모

신록이 녹음으로 짙어가면서 봄도 이제 가고 있다.

아무리 어려운 시대라지만 대자연의 향연은 우리들을 꿈의 세계로 안내하고 있다. IMF, 6.25이후 가장 큰 국난이라 한다.

빛은 어두울수록 빛나듯 절망이 크면 클수록 꿈이 필요한 때다. 우리 모두의 꿈을 위해 몸과 마음을 모아야 할 때다.

겨울 가면 새 봄 오듯 이 어려운 시기를 이기면 물심양면의 풍요로운 내일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노자.장자가 아니더라도 우리 모두 이 눈부시게 아름다운 자연의 품에 안겨 사랑하며 나비 등을 타고 살아갔으면 좋겠다.

◇ 약력 ^1946년 출생^1977년 '월간문학' 신인상 시조당선^시조집 '새아침을 위해' '곧추서는 깊은 골짝' 등^1996년 제4회 한국아동문학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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