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비방으로 치닫는 지방선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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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한 나라의 선거문화는 정치문화의 반영이고 정치문화는 그 나라의 정치인과 국민의 수준에 의해 결정된다고는 하나 요즘 벌어지고 있는 지방선거운동의 행태는 너무 심하다. 선거 초반엔 금품시비가, 중반 초입엔 관권개입 시비가 일더니 중반을 넘기면서는 인신공격.흑색선전.지방색 조장 등 네거티브 선거운동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느낌이다.

까다로운 선거법 등으로 과거 같은 금권 (金權).관권 (官權) 선거가 어렵자 여야를 막론하고 가장 손쉬운 방법인 상대방 헐뜯기에 매달리는 듯하다. 선거문화의 선진화를 위해 TV토론을 도입했으나 토론다운 토론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기본적인 토론진행 방식조차 합의를 못해 편파성 시비가 끊이지 않고 토론내용도 비생산적이다. 선거때마다 정책대결과 비전제시에 의한 선의의 경쟁을 외치지만 한번도 제대로 된 적이 없다.

이번 수도권지역 후보들간의 TV토론도 예외가 아니어서 토론이 끝난 뒤 여야가 서로 상대를 비난하거나 방송국에 항의방문을 하는 등 꼴불견을 노출하고 있다. 토론을 주관하는 측에서도 이러한 편파성 시비가 일어나지 않도록 공정한 위원회의 구성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선거운동도 "내가 당선되면 무엇을 하겠다" 는 식이 아니라 상대방을 깎아내려 상대적인 득을 보자는 네거티브 캠페인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러한 선거분위기를 주도하는 것이 중앙무대의 정치인과 각당의 대변인 그룹들이니 더욱 한심하다.

각당의 흑색선전.인신공격성 저질성명은 당장 중단돼야 하고 찬조연사들의 언어도 순화돼야 한다.

도 (度) 를 넘는 발언이나 인신공격 등은 불법선거운동에 버금가게 규제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선거를 치러봐야 남는 것은 정당 상호간의 적대감뿐이다.

또 국민들에게는 정치에 대한 혐오감만 부채질해 결국 정치 무관심을 심화시킨다. 무슨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이겨야 한다는 정치인의 의식도 바뀌어야 하지만 이런 유형의 운동에 현혹되는 유권자도 문제다.

결국 국민들이 표를 통해 이런 식의 운동이 먹히지 않음을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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