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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한복판에 ‘전통문화 랜드마크’ 들어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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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호림아트센터 야경. 왼편 5층짜리 건물이 연꽃을 형상화한 호림박물관 신사분관, 오른쪽이 빗살무늬토기를 닮은 사무동이다. 유태용·이정학 ‘테제 건축사사무소’ 공동대표가 설계했다. [사진 김종오, 호림박물관 제공]

강남 한복판에 새로운 문화 랜드마크가 들어선다. 호림박물관 신사분관이다.

성보문화재단(이사장 윤장섭)이 운영하는 호림박물관은 삼성미술관 리움, 간송미술관과 함께 우리나라 3대 사립박물관에 든다. 특히 도자기 컬렉션은 양과 질 공히 국내 최고다. 신사동 ‘만리장성’ 터에 호림아트센터 첫 삽을 뜬 게 2006년. 지난해 말 건물을 완공한 데 이어 19일 박물관을 개관한다. 한 평이라도 허투루 쓰기 아쉬운 금싸라기 땅에 고미술품을 전시하는 박물관을 짓는다는 것만으로도 파격이다. 미리 가 본 신사분관은 그 안에 담긴 그릇부터, 그릇 담은 건축까지 기대 이상이었다.

5층짜리 박물관 건물, 15층짜리 사무동, 그 사이에 놓인 3층짜리 근린생활시설 공간을 아울러 ‘호림아트센터’라 부른다. 사무동은 곡면을 그리는 황토빛 외벽에 역삼각형 창문을 V자 형태로 달았다. 마치 거대한 빗살무늬토기를 세워놓은 듯하다. 박물관동은 연꽃을 형상화했다. 꽃잎이 겹겹이 둘러 싸인 듯 위로 살짝 벌어지는 형태다. 박물관 입구 맨 바깥 미색 외벽은 전체를 나전(자개)으로 장식한 것이다. ‘전통을 담는 현대의 그릇’을 염두에 둔 건축임이 실감나는 소재다.

박물관에 들어가려면 이 바깥 꽃잎부터 파고들어가야 한다. 천장에 조명을 별처럼 밝혀둔 검은 곡선 복도를 지나면 아담한 로비가 나온다. 이곳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4층 제1 전시실부터 3층(제2 전시실), 2층(제1 전시실)으로 내려오는 동선이다.



송나라 사신 감탄한 사자향로 첫 공개
3개 전시실서 200여점 소개

신사분관 개관 특별전에서 첫선을 보이는 ‘청자상감 모란운학문 귀면장식 대호’, 고려 13세기.

신사 분관 개관 기념 ‘고려청자특별전’이 6월 19일부터 9월 20일까지 열린다. 고려청자 200여 점으로 세 개 전시실을 모두 채우는 대규모 전시다. 청자표형주자(보물 1540호), 청자상감운학국화문병형주자(보물 1451호) 등 청자의 표본이 되는 작품들이 수두룩하다.

일반에 소개되지 않은 귀한 작품도 등장한다. 제1 전시실에서 가장 주목할만한 것이 ‘청자 사자장식향로’다. 송나라 사신으로 온 서긍(徐兢)은 고려답사기인 『선화봉사고려도경(宣和奉使高麗圖經)』(1123년)에 “산예출향(사자 꼴을 한 도자기 향로)은 위에 쭈그리고 있는 짐승이 있고 아래에는 맞이하는 연꽃이 그것을 받치고 있다. 여러 기물들 가운데 오직 이 물건이 가장 정절하다”고 적은 바 있다. 호림박물관 유진현 학예연구관은 “12세기 역사 기록과 일치하는 사자모양 향로가 처음 공개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2전시실에서 눈여겨볼 것은 ‘청자상감 모란운학문 귀면장식 대호’다. 높이 48㎝, 몸통 지름 50㎝에 달해 지금까지 알려진 청자항아리 중 가장 크다. 귀면(도깨비 얼굴) 장식이 네 개 달려 있는 것도 독특하다. 뚜껑까지 온전히 갖춘 매병(목이 짧고 어깨가 둥근 병)의 시대별 변천사를 살펴볼 수 있는 것도 이 전시의 매력이다. 청자 장고, 청자 의자, 청자 난주(난간 기둥), 청자 화분 받침 등 여간해선 보기 힘든 작품들도 만날 수 있다.

숨막힐 듯 아름다운 청자를 뒤로하고 2층으로 내려오면 마지막 방 제3 전시실이 기다린다. 그곳에선 청자도 일상에서 사용하던 그릇임을 실감할 수 있다. 어두컴컴한 여느 전시 공간과 달리 환한 조명에 먼저 눈이 부신다. 허리 높이쯤에 오는 진열장에 청자그릇을 넣고 그 위를 투명 아크릴 창으로 덮었다. 문양별로 29개 진열장에 담아둔 청자를 허리 숙여 내려다보도록 한 것이다. 손에 잡힐 듯 가까운 느낌이다. 대접을 뒤집어 바닥의 굽을 보여주기도 한다.

유진현 학예연구관은 “문화재이자 유물로만 여겨 멀찍이 떨어져 보던 고려청자와 관객의 거리를 좁히려 했다”고 말했다.

이경희 기자, 사진= 김종오

◆관람료 일반 8000원, 학생 5000원. 개관 특별전에 한해 매달 마지막주 목요일 무료 입장. 02-541-35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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