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경기도 남양주시 팔당호 주변. 싱그러운 초여름 강바람이 가볍게 물살을 헤친다. 한적한 잔디에서는 가벼운 차림의 남녀가 야외용 소풍 식탁을 차리고 있다. 파란 호수와 연푸른 잔디를 배경으로 흰 셔츠를 입은 이들의 모습이 한 장의 그림같다.
이 장면은 MBC 새 미니시리즈 '추억' (극본 정성주.연출 이창순)에서 이혼한 김승우가 새 애인 고소영과 점차 가까와지기 시작하는 4편의 한 대목. "아, 저 트럭…. " 동시 녹음 기사가 한숨을 쉰다. 이PD도 참았던 조바심을 기어이 드러낸다.
"휴, 벌써 몇번째야. " 드라마상에선 불과 1분여 방송분이지만 대형 트럭, 군헬기 등이 불쑥 쏟아내는 소음 때문에 번번히 촬영이 중단돼 몇시간을 끌게 되었다.
'추억' 은 이혼한 부부가 수많은 번민과 갈등 끝에 재결합에 이르는 과정을 통해 우리 사회에서 이혼이 갖는 의미를 조명하는 데 초점을 맞춘 드라마. 이혼 문제가 멜러물의 소재가 되는 경우는 많다.
그러나 이창순.정성주 팀은 이혼을 무조건 냉혹한 시선으로 내리기에 앞서 이혼을 선택한 이들의 입장에서 그들이 결별 후 겪게 되는 심리 변화를 보여주는 데 주력하겠다고 한다.
이PD는 "이혼 뒤에 비로소 깨닫게 되는 사랑의 추억,가정의 소중함 등 주제를 진작부터 구상하고 있었다" 며 "20대부터 40대까지, 결혼한 부부라면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 볼만한 얘기가 될 것" 이라고 덧붙였다.
캐스팅은 시청률을 담보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화려하다. 최진실.손창민.김승우.고소영 등 스타들 주연에 김용림.박은영.김창완이 각기 색깔있는 연기력으로 뒤를 받친다.
'추억' 은 다음달 1일부터 매주 수.목 밤9시55분 방송된다.
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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