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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의학적 사용]말기 암환자 통증억제에 주로 이용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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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독도 잘 쓰면 약이 된다. 단적인 예가 말기암환자 통증치료에 사용되는 진통제 몰핀. 암세포가 척추등 신경세포 주위에 자라면 통증은 극심해진다.

여생이 3개월 정도 남은 말기 암환자의 80%가 이런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 따라서 삶의 '질' 을 중요시하는 선진국 병원에선 '통증을 방치하는 행위는 환자에게 고문을 행하는 것과 같다' 는 원칙을 갖고 마약을 사용하고 있는 실정. 서울대의대 정신과 김용식 (金容植) 교수는 "암환자 통증치료에 사용된 마약은 필요가 없어지면 끊기도 쉬워 중독에 빠지는 일이 거의 없다" 고 말한다. 이외에도 몰핀계통의 마약은 기침억제.설사억제 효과가 있다.

통증과 기침이 심한 폐암환자에게 몰핀 가장 많이 이용되는 것도 이 때문. 히로뽕.코카인 등 마약의 주성분인 중추신경흥분제는 소아정신과 질환인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의 특효약. 하루종일 잠만자는 기면증 환자 치료제로도 사용된다.코감기약.기침약에 소량씩 포함돼 있다.

수험생.야근자들이 잠을 쫓기 위해 복용하는 각성제도 실은 중추신경흥분제. 대마초는 구토억제 작용이 있어 현재 항암치료로 심한 구토증상이 나는 환자에게 합법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진통제에 대한 규제가 심해 이를 이용하는 환자들이 심한 불편을 겪고 있는 것. 오로지 진통제를 타기 위해 진도에서 서울까지 2주마다 상경한다는 A씨 (36) 는 "말기 위암환자인 아버님 통증을 막는데 필요한 알약을 이 대학병원이 아니면 구할 수가 없다" 며 불편을 호소한다.

붙이는 마약성 진통제는 효과는 좋지만 비싼 것이 단점. 특히 주사약은 원외처방이 안돼 척추에 삽관한 카데터에 1주일마다 한번씩 모르핀 주사약을 주입해야 하는 환자는 매번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서울대의대 종양내과 허대석 (許大錫) 교수는 "의료용 마약은 규제도 까다롭고 수익성도 없어 대부분 의료기관에서 취급을 안하는데다 부득불 취급하는 일부 병원도 용도와 용량을 제한하는 것이 현실" 이라고 말했다.

황세희전문기자.의사

〈se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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