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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 속도전 ③ 한국의 미래 바꾸는 신기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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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정부 출연연구소인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은 요즘 ‘지능형 로봇 산업 종합지원체계’를 가동하고 있다. 시설물 안내나 영어 학습 보조 등 일상생활에 쓸 수 있는 지능형 로봇에 대한 관심은 늘어나고 있으나 민간 기업이 연구개발하기엔 어려움이 많다. 시장이 크지 않은 데다 전문인력과 자금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한국화학연구원 신약연구단 소속 연구원이 실험에 몰두하고 있다. 손종찬 박사팀이 개발한 새로운 에이즈 치료제 등 신약 후보 물질도 이곳에서 개발됐다. [한국화학연구원 제공]

따라서 생산기술연구원 등 정부 연구기관들이 직접 나서 벤처기업들이 개발한 제품의 시험·평가·인증을 해주고 부족한 기술의 보완과 마케팅 지원까지 해주고 있다.

정부는 현재 첨단융합산업,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 녹색기술산업 등 국가 신성장동력을 제공할 신기술을 만들기 위해 499개의 과제를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 투입되는 예산이 올해 5800억원이다. 참여 연구원도 5500여 명에 이른다.

정부 출연 연구기관을 총괄하는 산업기술연구회의 한욱 이사장은 “최근의 경제 상황에서는 출연연구기관이 국가 미래를 책임질 신기술을 개발하고 기존의 우수한 연구성과들을 다듬어 민간 부문에 적용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말 금융 위기로 시작된 세계적 경기침체로 민간 기업들은 먼 미래를 내다보는 신기술 투자보다는 당장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 출연 연구소들의 역할은 더 커진다. 지식경제부가 ‘속도전’이라는 공격적인 이름을 내걸고 연구개발 독려에 나선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한국화학연구원 신약연구단의 손종찬(57) 박사팀이 개발한 에이즈 치료제는 정부 연구기관의 대표적인 연구개발 성공 사례다. 1998년 시작한 이 연구는 에이즈 바이러스가 증식하려면 꼭 필요한 과정이 제대로 일어나지 못하도록 막는 게 핵심이다. 기존 치료제와 달리 하루 한 차례만 먹으면 되고 부작용이 거의 없어 차세대 치료제로 주목받고 있다. 화학연구원은 에이즈 치료제 아트리플라와 독감 치료제 타미플루 등을 만드는 미국의 다국적 의료회사 길리아드(Gilead)사에 이 기술을 팔았다. 초기 기술료와 실적 실시료 등으로 850만 달러를 받기로 했으며, 실제 매출이 일어나면 엄청난 기술료 수입이 기대된다. 이미 투입된 연구비 27억원을 훨씬 웃도는 성과다.

손 박사는 “10여 년 개발 기간 동안 가시적인 성과가 안 나와 힘든 연구를 지속했지만 정부의 공공 연구기관이라는 책임감 때문에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태양광 발전 시스템 관련 기술 개발도 공공 연구기관만이 할 수 있는 연구라고 할 수 있다. 태양광 발전이 완벽한 청정 대체에너지라는 잘 알려져 있지만 아직 생산 비용이 석유·석탄 등 화석 연료의 5~10배에 이른다.

따라서 효율적인 태양전지를 값싸게 만들어 공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따라서 ETRI는 고효율 박막 태양전지 자체는 물론 이를 값싸게 만들 수 있는 각종 제조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정부 연구기관의 기술적 성과가 민간에 적용돼 사회를 바꾼 사례는 미 항공우주국(NASA)이 대표적이다. 신발업체 나이키의 ‘에어 시리즈’는 중력이 약한 우주공간에서 일하는 과학자들이 겪는 관절통을 해결하기 위한 아이디어에서 비롯됐다. 라식 수술 때 불안정한 눈동자의 움직임을 추적하는 기술, 최근 각광받는 미래 에너지원인 연료전지, 흙이 없어도 식물을 기를 수 있는 수경재배 등이 NASA에서 고안한 뒤 민간에 옮겨진 기술이다.

지식경제부의 이창한 산업기술정책국장은 “녹색산업과 신성장동력을 아우르는 핵심 원천기술 확보에 정부는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승녕 기자

R&D 속도전 ① 연구개발 속도전’ 펼친다
R&D 속도전 ② 현장 속 정부 출연 연구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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