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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택의 꿈, 그 이후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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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은 매일 꿈속에서 이런 기도를 하는지도 모른다. 사실 그에겐 진짜 꿈이 있었다. 미국 워싱턴DC의 미셸 리 교육감처럼 교육개혁을 성공시키겠다는 것이었다. 그는 2004년부터 서울시교육감(간선)을 했다. 서울의 첫 교육감 직접선거(2008년 7월 30일)에 출마할 때도 ‘소망’을 얘기했다. “벌여놓은 일을 완성하겠다. 기회를 달라!” 그래서 나이를 잊은 과욕이라는 비난도 받았다. 그는 1934년생이다.

서울시민은 그를 선택했다. 고교선택제, 국제중 설립, 수준별 이동수업, 학업성취도 평가 확대 정책은 탄력을 받았다. 그는 “미셸 리가 어리지만 존경한다. 만나 보고 싶다”며 개혁 의지를 강조했다. ‘학력신장, 수월성 교육 강화’ 철학은 정부의 ‘자율·경쟁’ 교육정책과 손발이 맞는 듯했다. 황소 같은 뚝심으로 MB정책을 수도 서울에 녹이는 선봉이 됐다.

그런데 그의 인생은 꼬이기 시작했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더니 벼랑 끝에 몰린 것이다. 10일 서울고법은 공 교육감에 대한 항소심에서 당선 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150만원을 선고했다. 부인의 차명계좌 4억3000만원을 지난해 선거 당시 재산신고에서 누락한 혐의를 인정한 것이다. 1년10개월짜리 직선 교육감 자리에 앉았다가 50년 교육인생의 최대 위기를 맞는 순간이었다. 사실 교육감 직선제는 문제가 적지 않다. 정당 공천제가 아니어서 후보자가 알아서 선거를 치러야 한다. 정책·예산·인사를 주무르는 권한은 막강하지만 투표율도 낮다. 320억원이 들어간 서울 선거의 투표율은 15.4%였다. 하지만 준법과 제도 문제는 별개다.

공 교육감은 수척해졌다. 담배도 다시 피운다. 그럴 만도 하다. 명예도 명예이거니와 돈 문제가 심각하다. 150만원 벌금형이 확정되면 선거비용 보전금 28억5000만원을 국고에 반환해야 한다. 그의 재산은 19억원 정도다. 자칫 파산할 수도 있다. 공 교육감은 곧 대법원에 상고할 예정이다. 일부에선 “또 욕심을 부린다. 도덕적 책임을 지고 물러나라”고 압박한다. 하지만 그는 “실수였다. 욕심도 없다. 목표를 완성할 시간을 달라”고 호소한다.

특히 고교선택제에 애착이 강하다. 올 연말 중3이 서울 일반계 고교를 네 곳까지 골라 지원하는 제도다. 사실상 고교평가나 다름없다. 공정택 브랜드로 통한다.

공 교육감은 서울대 상대를 나와 상업교사를 오래 했다. 전주상고 교사시절 전주여고 가정교사였던 부인을 만나 교육 동반자가 됐다. 그런 부인의 실수가 부른 위기인지, 자신의 과욕이 부른 참사인지는 그만이 알 것이다. 어떤 길을 갈 것인가. 50년 교육인생의 화룡점정을 꿈꿔온 그의 마지막 과제다.

양영유 교육데스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