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6군사정부 시절 민정 (民政) 이양을 비롯한 향후 정치일정 등이 담긴 김종필 (金鍾泌.국무총리서리) 당시 중앙정보부장의 친필 메모와 관련보고서 (사진)가 미국에서 최근 발견됐다. 62년 10월28일자 JP사인이 들어 있는 이 메모는 당시 金부장이 경제지원 문제 협의차 미국을 방문, 월트 로스토 미국무부 정책기획위원회 의장을 만나 한국의 정치일정에 관해 설명하면서 적어 준 것이다.
이 메모는 미 국립문서보관소에 보관돼 있다가 최근 비밀해제된 것을 중앙일보가 단독 입수했다. 金부장은 63년 8월까지를 '군정기' , 그후 4년간을 '과도기' 로 각각 설정하고 '참된 민정' 은 67년 8월에야 비로소 가능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같은 일정은 그후 1년만에 金부장이 실각됐음에도 그대로 실천됐다. '경제발전 5단계설' 로 유명한 로스토 박사는 그무렵 한국의 고위 경제관료들에게 경제개발에 관한 자문역을 맡고 있었으며 그런 연장선상에서 그는 JP에게 향후 한국의 정치일정을 밝혀 줄 것을 요구했었다. 이 자리에서 金부장은 또 "40여명의 최고회의 위원 가운데 정치의사를 분명히 밝힌 23명은 출마시키고 나머지는 생계를 보장해 주거나 군에 복귀시킬 계획" 이라는 설명도 곁들였다.
이동현 현대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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