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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동본 결혼 합헌인가 로봇은 인간의 하인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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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한 가지 사안을 찬반 입장에서 동시에 생각하다 보니까 사고력이 향상되는 게 느껴져요.”

“내 주장의 허점을 친구들과 함께 발견해 가는 과정이 재미있고 점점 표현력이 탄탄해져 즐거워요.”

경기도 의왕시에 위치한 경기외국어고등학교(교장 박하식) 1학년 NIE 토론 시간.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두 차례 방과 후에 모여 중앙일보를 포함한 일간지와 대학의 논·구술 기출문제 등을 활용해 열띤 토론을 벌인다.

교사의 설명을 듣고 받아적느라 바쁜 다른 수업시간과 달리 토론 수업은 학생이 얼마나 준비했느냐에 따라 완성도가 달라진다. 수업을 위해 조를 나눠 찬성과 반대 입장을 정한 뒤 주장을 뒷받침할 논거들을 수집해 나간다. 상대 조에서 반박할 만한 내용도 예상해 다양한 관점의 자료를 조사한다.

학생들은 한 학기 동안 토론한 주제 가운데 ‘동성동본 결혼 합헌 문제’와 ‘로봇이 인간의 하인 노릇을 할 수 있을 것인가?’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입을 모은다. 월 1회정도는 토론 내용을 논술문으로 정리해 친구들과 돌려보며 학생들이 직접 첨삭도 해본다.

이 학교 이기찬(국어) 교사는 “토론의 결과는 예상을 뒤집을 때가 많다”며 “학생들도 ‘주장이 보편적이고 합당한가’와 무관하게 준비를 많이 한 조가 이긴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더욱 재밌어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9일은 이 교사 대신 명덕외고의 김영민(국어) 교사가 교단에 섰다. 김 교사는 토론 대신 신문 기사와 언어영역 기출 문제를 연계한 NIE 통합 수업을 진행했다. 이 교사가 새로운 수업 방식으로 학생들에게 자극을 주고자 마련한 자리였다. 신문 기사를 통해 사자성어, 맞춤법, 표제와 부제의 용도 등을 배웠다. 김 교사는 비슷한 유형의 언어영역 문제를 보여 주며 “신문 읽기 활동만 잘해도 언어영역을 따로 시간 내서 준비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경기외고 NIE 토론반 학생들이 자랑하는 또 하나의 비법은 꾸준히 작성해 온 ‘토론 학습장’이다. 신문 일기, 토론 평가표, 논술 답안지로 구성된 이 노트는 한 학기 동안 발전한 논·구술 실력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기록장이다.

박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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