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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아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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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스포츠와 예술. 잘 어울리는 조합처럼 보이진 않지만 올림픽에선 늘 절묘한 조화를 이뤄왔다. 우리가 메달의 색깔과 개수에 눈이 팔려 잘 보지 못했을 뿐이다.

올림픽은 개최국의 국가적 위신이 걸린 행사다. 개최국은 만반의 준비를 하게 마련이다. 특히 경기장이나 행사시설들을 최고 수준으로 만들곤 한다. 이는 기술이나 돈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 예술적 경지에 이르지 못하면 세계인에게 감동을 주지 못한다. 여기에서 나온 것이 바로 '올림픽 아트'다.

이 분야의 대표선수는 역시 건축이다. 당대 최고 건축가들이 지혜를 짜낸 덕에 4년에 한번씩 기념비적인 건축물이 등장했다. 1960년 로마 올림픽의 실내경기장 스포츠 팰리스, 76년 몬트리올의 올림픽 주경기장, 92년 바르셀로나의 몬주익 타워…. 그 시대의 최첨단 공법과 혁신적 건축미의 결정체들이다.

88년 서울 올림픽 때도 마찬가지다. 강건희 홍익대 교수가 건축을 맡은 펜싱경기장이 가장 유명하다. 금속 케이블로 지붕을 받쳐주는 케이블 돔 구조를 세계 최초로 도입했다. 그 후 세계 각지의 대형 돔 건설의 모델이 됐다고 한다.

아테네 올림픽에서 주경기장 건축을 담당한 사람은 스페인의 산티아고 칼라트라바(53)다. 스페인의 천재 건축가 가우디가 다시 태어났다는 평을 듣는 실력파다. "전례가 없어 아무 것도 참고하지 않았다"며 혁신적 건축미를 보여주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건축 이외에 포스터나 조형물은 현대미술의 몫이다. 미국 현대미술의 거장 데이비드 호크니는 72년(뮌헨)과 84년(LA)에 각각 올림픽 포스터를 제작했다. 또 스페인을 대표하는 조각가이자 판화가인 에두아르도 칠리다는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포스터를 만들었다. 일본 현대미술의 거인으로 불리는 아라카와 슈사쿠(荒川修作)도 뮌헨 올림픽 포스터 제작에 참가했다.

이밖에 입장권.기념우표.현수막 등도 내로라 하는 디자이너들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다. 기념으로 산 포스터 한장, 쓰고 남은 입장권 반쪽 하나하나가 작품인 셈이다.

아테네 올림픽이 25일 앞으로 다가왔다. 메달에만 매달리면 올림픽을 절반도 못 보는 셈이다. 여유를 갖고 아테네가 보여줄 올림픽 아트에도 눈을 돌려보자.

남윤호 정책기획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