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외 불법·합법 어떻게 가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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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교육부가 불법과외에 대해 단속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지 한달이 지났지만 단속 실적은 전혀 없는 가운데 사교육 종사자는 물론 학부모들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합법기준이 모호한 데다 현실과 동떨어진 내용이 많아 단속 당국인 교육부 관계자들조차 곤혹스러워 해 구체적인 단속기준이 마련되는 올 가을까지 이같은 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 합법기준 = 단속의 근거가 되는 관계 법률 (학원.설립 운영법) 은 합법 과외로 '대학생 (대학원생 포함) 및 학원.교습소 교습' 만 규정하고 있을 뿐 불법 유형을 열거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대학생, 석.박사과정의 대학원생 및 대학 시간강사, 방송통신대에 재학중인 주부 등은 과외교습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대학생이 건물을 임대하거나 과목별 강사팀을 구성, 10명 이상의 학생을 가르치면 불법 학원운영으로 간주돼 단속대상이 된다.

또 교습비 액수의 다과는 합법.불법의 기준이 되지 않는다.

학원 설립.운영법은 과외교습을 '초등학생.중학생.고교생이 지식.기술 등을 교습받는 것' 으로 정의하고 있어 유치원생이나 장애인에 대한 과외는 단속대상이 되지 않는다.

◇ 유사 합법기준 = '동일 호적내의 친족 교습행위' 는 합법이지만 고모.외삼촌 등 다른 호적에 올라 있는 친족이 조카를 가르치면 무료라도 불법이다.

일부 학부모들이 자신들의 초등학생 자녀들만을 상대로 서로 돌아가면서 특정과목을 무료로 가르치는 '품앗이 과외' 도 남의 자녀를 가르치는 것이기 때문에 불법이다.

그러나 교육부 관계자는 "친인척 과외.품앗이 과외 등은 미풍양속에 해당돼 이것까지 단속하는 것은 너무 경직된 것 아니냐" 고 말해 단속의지가 없음을 확실히 했다.

교육부는 또 학습지 회사의 학습지 판매후 방문지도의 경우도 원칙적으로는 불법이지만 소액 학습지까지 전면 단속에 나서면 혼란이 커져 단속대상에서 제외했고 합법화를 포함한 대책을 마련중이다.

교육부 조사결과 3백만~3백50만명의 학생이 학습지를 구독하고 있으며 구독자의 60%는 초등학교 1~4년이었고 한달 구독료는 평균 3만원선이었다.

학습지의 가정방문 지도사는 5만명 선으로 이중 45%가 주부였으며 지도시간도 매주 1시간을 넘지 않았다.

◇ 불법과외 유형 = 교수.교사.학원강사 등의 과외가 대표적인 유형. 교육부의 집중 단속대상도 이들이다.

학원.보습학원.교습소 등의 인가없이 집에서 동네 아이 서너명을 대상으로 한달에 10만원 미만의 교습비를 받으며 예능.독서지도.한문 등을 가르치는 주부 및 실업자의 소액과외도 교습비에 관계없이 불법에 해당된다.

단속에 한계가 있다는 게 교육부 관계자의 설명이기는 하지만 적발되면 처벌받게 된다.

초.중.고 교육과정 이외의 피아노.독서지도 등 일부 과목에 대해선 해당자가 교습소를 설립하면 된다.

다만 아파트내나 유해업소와 인접한 장소에는 인가가 나지 않는다.

교육부는 교습소 허용과목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 처벌 내용 = 불법과외 교습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백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교육부는 불법과외를 한 교수.교사는 해임 등으로 교단에 설 수 없도록 하고 학원강사.전문 과외교사는 형사고발과 함께 국세청에 통보한다.

지난해는 4천7백61건의 불법과외가 적발돼 이중 66%인 3천1백58건이 형사고발 (82건).세무조사 의뢰 (2백41건) 등 처벌을 받았다.

올해는 지난 2월 C.H대 음대교수 2명이 과외교습 혐의로 적발됐고 30대 부부가 90만원의 고액과외를 하다 발각돼 검찰에 고발됐다.

학원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는 비록 불법과외를 받은 학생이나 부모에 대한 처벌조항은 없지만 교육부는 "자녀가 불법 과외교습을 받다가 적발된 공무원.사회지도층 인사의 명단을 공개하고 소속 기관장에게 통보해 인사상 불이익을 받도록 요청하겠다" 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었다.

오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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