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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수출을 살리는 구조조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정부가 경제난 타개를 위해서 구조조정이 시급한 과제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실업의 궁극적인 대책도 결국 기업의 수익성 증진에 있다고 입장을 정리해 가는 것은 옳다. 이와 관련해 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 (KDI) 이 곧 대통령이 주재하는 경제대책조정회의에 국정의 우선순위설정 등 청사진을 보고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데 우리는 깊은 관심을 갖고 주시코자 한다.

이제 구조조정의 실천속도를 높이기 위해 금융감독위원회에 금융기관과 기업의 구조조정기획단을 만들어 힘을 모으기로 한 이상 누군가 책임을 지고 말보다 실천에 옮기는 단계에 들어가야 한다. 기업과 금융기관의 구조조정을 놓고 무엇을 먼저 하느냐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구조조정에 필요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느냐를 정해야 한다. 그러려면 국민에게 기업과 금융기관의 실상을 먼저 상세히 알려야 한다.

여기서 유의해야할 점은 금융 및 기업의 구조조정을 너무 단선적으로 기존의 잘못된 기업이나 금융기관을 정리하는 것만으로 오해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물론 이미 썩어버린 살은 베어내야 새살이 돋아나는 법이지만 새살이 돋아날 뿌리까지 잘라내면 정말 희망이 없어진다. 즉 구조조정은 파괴와 동시에 창조를 해 나가는 건설적인 개혁이 되지 않으면 안된다. 이런 일은 국제통화기금 (IMF) 이나 외국의 어떤 기업도 관심이 없다. 결국 금융기관과 기업 중에서 살릴 기업을 골라내고 정리할 기업은 제때 정리해서 수출도 하고 수익을 다시 내게 하는 것은 순전히 우리 몫인 것이다.

이제는 적극적으로 IMF측과 금리인하협상을 할 때가 됐다. 그동안 IMF가 금리인하를 반대해온 논리는 환율이 먼저 하향 안정돼야 하고 금리가 높아야 외국자본이 빠져나가지 않고 유입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결과를 보면 외국자본의 유출입은 금리수준에 그다지 민감하지 않았고 오히려 한국경제의 장래에 대한 심리적 판단과 관련이 컸다. 즉 우리가 제대로 개혁을 하려 하는지 혹은 정말 기업을 팔 준비가 돼 있는지에 더 관심이 많았다.

기업의 수지를 압박하는 요인은 경기침체로 인한 수요감퇴도 있지만 더 큰 요인은 과다한 금융비용이다. 따라서 과다한 부채를 줄이는 개혁은 해 나가되 금리를 낮춰 당장 숨통을 터주는 양면작전이 필요하다. 다만 금리를 낮춰나가는 과정을 투명하게 하고 시장에서 유도되도록 해야지 인위적으로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이와 관련해 부실종금사를 중심으로 기업어음의 할인을 통한 대출과정에서 지나친 고금리를 강요하고 있다는데 이는 철저하게 조사해 도덕적 해이가 있었다면 관련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금리가 낮아져 기업활동이 정상화되면 이는 곧 수출증대로 연결돼 외화를 벌어들일 수 있어야 한다. 현재 수출은 벌써 답보상태에 있고 교역조건이 악화돼 수출가는 계속 떨어지고 있다. 우리뿐만 아니라 아시아 전체가 수출에 희망을 걸고 있기 때문에 교역조건의 개선을 기대하기는 당분간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을 구조조정하면서도 한편으로 수출을 늘리게끔 여건을 조성해주는 것만이 유일한 희망이다. 그래야 일자리를 늘려 실업에 대처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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