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눈 맞은’ 박희태 - 박근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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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태 한나라당 대표右와 박근혜 전 대표가 5일 오후 국회 에서 열린 여의포럼 토론회에 참석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어제 연찬회에서 당의 원천적인 화합을 위해 한 몸을 던질 각오를 했다.”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가 5일 당내 친박근혜계 의원모임인 ‘여의포럼(간사 유기준 의원)’ 창립 1주년 행사에 참석해 한 말이다. 행사에 참석한 박근혜 전 대표를 향해 “박 전 대표는 무관의 제왕 아니시냐. 국민의 기대와 희망이 대단하다”고 치켜세웠다.

그는 이날 오전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한 직후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 사이의) 근본적인 문제 해결 없이, 원천적인 화해 없이는 당이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다. 그걸 풀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내 쇄신파가 자신을 포함한 지도부의 용퇴를 촉구한 데 대해서는 “장고가 필요하다”며 결단을 늦췄다.

친이명박계의 공식 수장인 박희태 대표와 친박근혜계 사이에 이렇듯 묘한 연대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전날 의원연찬회장에서 나타난 기류다. 당시 47명 의원의 발언록을 분석한 결과 친박계 의원(김영선·유정복·이성헌·이정현·이종혁·이학재·이해봉 등)들은 박희태 지도부의 퇴진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박희태 대표의 5일 ‘원천적 화합론’도 전날 이정현 의원이 “이명박 대통령의 ‘배제의 정치’가 근본 문제”라는 주장에 대한 화답이다. 김효재 대표비서실장과 강석호·박준선 의원 등 당 주류와 이상득 의원에 가까운 의원들도 가세했다.

박희태 체제를 유지하자는 ‘박희태-박근혜’의 연대 기류에는 현 시점에 당권을 맡는 것이 이롭지 않다는 친박계 내부의 공감대가 깔려 있다. 한 친박계 중진의원은 “이재오 전 의원이 복귀할까 봐 반대하는 게 아니다. 위기니까 강제로 당을 맡기려는 데 진정성이 없다”고 했다. 공교롭게 청와대도 “국면 전환용이나 이벤트성 개편은 안 하겠다”며 입장을 같이한다. 집권당 지도체제가 흔들리는 것 자체가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반면 조기 전대 찬성론자는 대부분 친이계 수도권 초·재선 의원(권택기·김용태·김성태·김충환·임해규·정태근·주광덕·차명진 등)들이다. 입장을 같이하는 소장파·중진 의원(남경필·심재철·전여옥·정두언·정병국)들도 지역구가 수도권이다. 이들은 “지금 민심이반을 수습하지 않으면 수도권은 내년 지방선거와 2012년 총선에서 참패할 것”이란 위기감을 공유한다. 원희룡 쇄신특위 위원장은 이날 “당 지도부가 용퇴를 거부할 경우 모든 것을 건 행동을 할 수밖에 없다”며 박희태 대표에 대한 압박수위를 높였다. 초선모임 민본21의 공동대표인 김성식 의원도 “지도부가 다음 주 초까지 결단하지 않을 경우 정풍운동을 포함한 추가적인 행동에 나서겠다”고 가세했다.

◆박근혜-김무성 조우=이날 여의포럼 1주년 행사에선 박근혜 전 대표와 김무성 의원이 나란히 앉아 눈길을 끌었다. 지난달 중순 박 전 대표의 반대로 김무성 원내대표 카드가 무산된 이후 첫 만남이었다. 박 전 대표는 미리 와 있던 김 의원에게 “오랜만이네요”라며 먼저 인사를 건넸다. 유기준 의원은 “같은 방향을 가는 두 사람이 화해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효식·선승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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