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위,기업 재무개선약정 공개…자구계획 이행촉진 위해 방침바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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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금융감독위원회는 대기업과 은행이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체결하면 적당한 시기를 골라 그 내용을 공개하기로 했다.원래는 기업비밀 보호차원에서 보안을 지켜줄 예정이었으나 기업이 약정을 제대로 이행하도록 종용하기 위해 이를 공개하기로 방침을 바꾼 것이다.

금감위 고위 관계자는 15일 "기업들이 정확한 경영상태를 밝히지 않으면서 부채비율 감축에 반발하고 있다" 고 지적하며 "재무구조개선약정에 담긴 내용을 공개해 기업의 경영상태 및 자구노력 이행상황을 누구든지 투명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할 예정" 이라고 말했다.이헌재 (李憲宰) 금감위 위원장도 최근 간부회의에서 "기업이 자구계획을 제대로 지키는지, 은행이 이를 잘 감시하는지 파악하려면 재무구조개선약정을 공개할 필요가 있다" 고 강조했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이에 따라 李위원장은 은행별로 재무구조개선약정 체결이 마무리되는 이달 20일 이후 간담회나 강연회 등의 자리를 빌려 공개방침을 밝힐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공개 범위는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는데 계열사들의 매각.인수합병.유무상 증자계획 등 시장에 직접 영향을 주는 내용은 기업에서 먼저 밝히기 전에는 제외될 것이 유력하다.

또 공개시점은 약정체결 이후 주채권은행과 기업간에 재무구조개선을 위한 프로그램에 대해 완전한 합의가 이뤄진 뒤가 될 것으로 보인다.금감위는 기업의 경영상태 및 자구계획이 투명하게 밝혀지면 외국기업들의 투자가 오히려 촉진되는 등 구조조정을 활성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주거래은행이 기업정보를 독점해 다른 채권은행들에 비해 유리한 지위에서 거래하게 된다는 문제점도 정보공개를 통해 시정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그러나 재무구조개선약정 표준안에는 "은행은 여신관리에 필요한 경우 이외엔 기업과 체결한 약정내용을 다른 목적으로 이용할 수 없으며 기업보호를 위해 철저한 비밀유지 의무를 진다" 고 명시돼 있어 금감위의 공개방침이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금감위는 구조조정에 관련된 내부정보를 제외하고 ▶부채비율 축소계획▶차입금 감축안▶부동산 매각계획▶사외이사.감사 등의 선임계획 등은 대부분 공개해도 무방하다고 보고 있다.한편 재계는 기업비밀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국내기업을 사들이려는 외국투자자들만 유리해지는 '역차별' 현상이 일어난다며 반발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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