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IMF시대 실업대책 좌담회]"생계보호보다 일자리 더 만들어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4면

대량실업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외환위기로 인해 실업자가 급속도로 늘면서 이 문제가 심각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하지만 해법에 대해서는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쪽에선 사회적 동요를 막기 위한 생계 지원이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다른 쪽에선 고통이 따르더라도 대량실업의 원인이 되는 기업 구조조정이 먼저라는 지적도 있다.

중앙일보와 한국경제연구원은 이런 논란에 대한 각계 입장을 정리하고 개선책 마련에 도움을 주기 위해 15일 오후 '국제통화기금 (IMF) 시대의 실업대책 '이라는 주제의 지상 좌담회를 마련했다.

좌승희 (左承喜) 한국경제연구원장 사회로 진행된 이 좌담회에는 노진귀 (盧進貴) 노총 정책본부장.방영민 (方榮玟) 재경부 경제정책 심의관.장현준 (張鉉俊) 중앙일보 논설위원.정병석 (鄭秉錫) 노동부 고용총괄 심의관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토론에 앞서 한국경제연구원 박성준 (朴晟竣) 연구위원은 '정부 실업대책의 문제점과 해결방안' 이란 주제발표를 했다.다음은 주제발표 내용.

◇실업대책의 문제점 정부는 최근 종합 실업대책을 내놓았으나 세부내용을 보면 사업의 우선순위 등에서 실업대란의 불을 끄기는 고사하고 오히려 재원의 고갈 및 실업의 장기화만 초래할 우려가 있다.

첫째 실업예산이 실직자 생계보호에 지나치게 편중돼 있다.생계보호 예산이 57%에 달하는 반면 일자리 창출예산은 21%, 고용안정노력 지원 9%, 직업훈련 확대 12%, 직업안정기능 보강은 1%에 그치고 있다.

둘째로는 일자리 창출 대책의 실효성이 약하다는 것이다.일자리 창출 예산의 90%가 조달이 불투명한 차관이나 채권발행에 의존하고 있다.

또 벤처기업 창업을 지원하기 위해 2천여개의 사업장을 선정, 최고 3억원까지 지원한다고 했지만 벤처기업에 대한 명확한 개념도 설정되지 않았다.

공공근로사업은 주로 상수도.쓰레기 수거.숲 가꾸기.도서관 자료정리등 2~8개월 실시돼 일자리 창출로서의 의미가 약하다.

셋째, 고용보험 확대로는 근본적 문제해결이 불가능하다.우선 실업자의 76%가 고용보험 적용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으며 고용보험 수혜기간도 길어야 1백80일에 불과해 이 기간이 끝나면 대책이 없다.

또 영세사업장의 경우에는 고용보험료 납부 여력이 없다.더구나 99년에는 고용보험의 기금도 고갈될 것으로 예상된다.

넷째, 정부의 사업은 실업 예방대책으로 매우 미흡하다.중소기업에 대한 긴급자금지원등 흑자도산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가 빠져 있으며 고용효과가 큰 산업의 경기활성화나 가동률 제고대책이 미흡하다.

◇선진국의 교훈 실업문제를 우리보다 미리 경험한 선진국의 경우를 보면 근본적인 해결책은 일자리를 만드는 데 있다.

실직자 생계등 사회복지에 치중한 프랑스.독일 등 유럽 국가는 계속 높은 실업률에 시달리고 있지만 일자리를 만드는데 주력한 영국.미국은 실업률이 낮아졌다.

영국은 마거릿 대처 총리 시절부터 국영기업 민영화와 파트타임 장려 등 고용창출.유지에 주력했다.

미국은 90년대 들어 기업마다 인력의 30%를 줄이는 과감한 구조조정을 용인하고 지식.정보 분야등 새로운 산업에 대한 투자를 늘렸다.

◇고용창출을 통한 실업대책 실업문제를 풀려면 정부가 실직자를 보호하는 소극적 대책보다는 기업에 활력을 불어 넣어 일자리의 유지는 물론 새 일자리를 만들어 내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고용유지 대책이 시급하다.금융기능 활성화를 통해 흑자도산을 방지해야 하며 자동차.가전 등 고용효과가 산업의 경기 활성화를 유도해야 한다.

다음은 다양한 고용창출 대책을 세워야 한다.사회간접자본 (SOC) 사업을 조기에 발주하고 과감한 민영화와 규제완화로 새 사업들이 생겨날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또 수출금융을 정상화시켜 기업이 수출을 통해 고용을 창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적극적으로 외국자본을 끌어들여 일자리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이와 함께 정보산업 등 지식산업의 전략적 지원체제를 구축하는 것도 필요하다.실직자 재취업 촉진책도 시급한 과제다.재취업을 위한 훈련은 창업교육과 연계돼야 한다.

여기에는 대학.전문대.공고 등의 시설을 적극 활용하는 것을 고려할 만하다.또 해외 인력 파견이나 근로자 파견사업.파트타임도 활성화돼야 한다.

정리 = 이영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