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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주장은 ‘평등한 기회 속 경쟁’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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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지난달 20일 정진후 전교조 위원장은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했다. 이념적 차이가 대립과 분열로까지 확대되는 사회에서 중앙일보와의 인터뷰 자체가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전교조는 인터뷰를 통해 밝히고 싶은 것이 있었다. 전교조가 ‘경쟁’을 반대한다는 것은 의도적으로 왜곡된 프레임이라는 것과, 올바른 경쟁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전교조의 주장은 ‘평등한 기회 속에서의 경쟁’이다.

전교조는 소득과 지역, 부모의 학력에 따라 학생들에게 차별적으로 주어지는 교육기회의 불균형을 해소하려 노력해 왔다. 제도 개선을 위한 운동으로, 공부방 지원 같은 조합원의 실천 활동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그 결과가 ‘획일적 평등주의’를 주장하고 ‘경쟁을 거부’하는 ‘전교조’로 인식되는 건 우리의 부족함도 원인이다.

하지만 문제는 전교조를 ‘경쟁을 반대’하는 집단으로 왜곡해 ‘불균등한 기회에서의 불공정할 수밖에 없는 경쟁’과 ‘뻔한 결과’를 ‘자유로운 경쟁’과 ‘정당한 결과’로 합리화하는 세력들도 분명 있다는 것이다. 그 세력에 일부 언론도 자유로울 수 없다고 본다.

중앙일보 양영유 교육데스크는 지난달 25일 칼럼 ‘정진후 전교조 위원장께’를 통해 교사의 존재 이유를 다시 생각하자고 제안했다. 전교조는 ‘교사의 존재 이유’를 매일 자문하고 있다. 문제는 ‘가진’ 학부모와 ‘못 가진’ 학부모의 입장과 요구가 다르다는 것이다. 발언의 힘도 다를 것이다. ‘가진’ 학부모의 요구를 대변할 세력은 얼마든지 있다. 전교조는 ‘못 가진’ 학부모의 입장에 좀 더 가까이 있다. 우리 사회 어디엔가, 교육을 걱정하는 사람 중 누군가는 그 역할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그것이 전교조다.

엄민용 전교조 대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