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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잇단 초강수는 3대 세습 정당화하려는 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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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핵실험에 이어 대륙간탄도탄(ICBM) 시험발사 징후까지 드러난 가운데 북한의 핵전략은 ‘3대 세습을 위한 후계용’이라는 분석이 국내외에서 급부상하고 있다.

북한은 핵실험에 반발한 미국과 남한을 향해선 정전협정 무효화를 주장하며 ‘한반도 전시 상태화’로 위협하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안 마련에 대응해선 우호 세력인 중국·러시아(안보리 상임이사국)까지 ‘위선자’로 공개 비난했다. 이에 따라 북한이 ‘대결 불사’를 선언하며 초강수를 두는 배경을 대미 협상력 확대 차원으로만 보기엔 이미 수위를 넘겼으며 후계 구축용 의도까지 작용한다고 봐야 한다는 분석이 늘어나고 있다.

이미 미국의 북한 전문가들은 “최근 도발 행위는 3남 정운으로의 후계 구축 과정서 생겨난 퇴행”(마커스 놀랜드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 “김정일 정권이 후계 체제를 준비하며 관련 환경을 만드는 시도”(고든 플레이크 미국 맨스필드재단 총장) 라며 ‘북한 내부 요인론’을 지적하고 나섰다.

◆“아들의 통치력 공백 메우려는 속셈”=남성욱 국가안보전략연구소장은 “북한의 핵 행보에는 미국 압박으로 초래된 위기 해결에는 대를 이은 후계 구축밖에는 방법이 없다는 세습 정당화 시도가 포함됐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1960년대 박금철 당비서 등 갑산파를 숙청하고, 70년대엔 유일사상 체계를 확립하는 등 정적 숙청과 조직 지도부 등의 권력기관 장악으로 이미 후계자 입지를 구축했다. 반면 3남 김정운 등 아들들의 ‘통치 능력’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따라서 아들의 통치력 공백을 대외 대결로 가리고 3대 세습의 불가피성으로 바꾸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을 수 있다는 게 남 소장의 분석이다.

◆“후계자에 핵 안전판 물려주기”=북한이 사거리 4000㎞ 안팎의 중거리탄도탄(IRBM) 시험발사에만 성공해도 북한의 군사전략적 발언권은 크게 높아진다. 미국 본토는 타격하지 못해도 일본 본토는 물론 한반도 유사시 증원 전력이 밀집하는 괌(서울에서 3200㎞)이 사정권에 들어간다. 중국 베이징(1300여㎞)도 포함된다. 핵을 보유한 차기 북한 정권은 한반도 주변 4강 모두에 까다로운 존재가 된다.

이춘근 과학기술연구원 연구위원은 “‘핵 보유 북한’과 ‘핵을 갖지 않은 북한’은 군사전략적으로 전혀 다르다”며 “북한의 후계 정권은 재래식 전력의 열세와 경제난 속에서도 군사적인 ‘한 방’으로 정권의 마지막 안전판을 삼으려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백승주 센터장은 “북한은 핵보유로 향후 후계 정권이 더 많은 대외적 협상력을 가질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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