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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샛별] 서울 무대 서는 18세 피아니스트 지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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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2001년 미국 뉴욕에서 ‘신동’의 탄생 소식이 전해졌다. 링컨 센터에서 열린 ‘뉴욕 필하모닉 영아티스트 콩쿠르’에서 한국의 10세 소년이 우승을 차지했다는 뉴스였다. 지휘자 쿠르트 마주어와 모차르트 협주곡 20번을 연주하고 역대 최연소 우승자로 선정됐던 ‘꼬마’는 피아니스트 지용(한국명 김지용)이었다. 이후 매니지먼트 IMG와 최연소 계약을 맺으며 ‘제2의 키신’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그런데 8년 동안 별다른 소식이 없었다. 그는 어떻게 지낸 걸까.

◆‘평범’을 신조로=“어릴 때 할 수 있는 일을 다 하며 지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전화 인터뷰에서 지용(18·사진)은 “ 평범한 학생으로 사는 데에 중점을 뒀던 시간”이라고 말했다. 뉴저지의 라마포 고등학교를 다니며 친구들과 똑같이 수업을 듣고, 시험을 치르고 마음껏 놀았다는 것이다. “ 홈스쿨을 택하고 음악에만 전념했다면 명성을 더 빨리 얻었겠지만, 난 내 연주 인생을 길게 보는 것이 중요했다.” 이렇게 생각이 깊은 소년에게 IMG는 맞춤형 지원을 해줬다. 고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에는 한해 10회로 연주를 제한했다.

“연주회장에도 학교 숙제를 한아름 안고 다녔다”는 그는 “이런 경험이 내 음악에 좋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정리했다. 이 기간동안 사귄 친구들은 여러 곳에 흩어져 있다. 미식 축구장, MIT 공대, 하버드 대학 등에서 운동·수학·과학에 전념할 친구들이다. “음악이란 것도 원래 평범한 세계 속에 있어야 하는 것”이라는 지용은 “클래식 음악이 고상한 사람들만 듣는다는 인식 또한 음악가들이 자신만의 세계에 갇혔기 때문”이라고 했다.

◆조용하지만 내실있는 성장=처음에는 후회도 있었다. “ 유명 오케스트라의 연주 제의를 모두 거절해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수퍼스타가 아닌 롱런(long-run) 음악가”를 꿈꾸며 내실을 다지는 데에 집중했다고 한다. 그런 그도 학교에 단 한번 양해를 구할 일이 생겼다. 그가 놓치는 학교 행사는 졸업식. 이달 한국에서 연주하는 일정과 겹치기 때문이다. 한국 무대는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연주 활동의 첫걸음이다. 그는 내년에 파리에서 유럽 데뷔 독주회를 여는 등 세계를 향해 나간다.

▶지용과 실내악단 ‘디토’=6월 27, 28일 오후 2시30분·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1577-5266.

글=김호정 기자, 사진=크레디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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