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뻑뻑한 눈, 문제는 염증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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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구건조증은 눈물이 부족해 생기는 질환? 지금까진 이 같은 의학적 이론이 통했다. 그러다 보니 눈이 뻑뻑하면 인공눈물을 점안하거나 눈물이 빠져나가는 길을 막는 수술을 했다. 하지만 최근엔 안구건조증에 대한 개념이 바뀌고 있다. 눈에 생기는 염증 질환이 각막의 눈물을 마르게 한다는 것이다. 원인이 새롭게 밝혀지면서 치료법도 바뀌고 있다. 최근 열린 대한안과학회 학술대회에서 안구 염증치료제와 인공누액제의 효과를 비교 분석한 가톨릭의대 서울성모병원 안과 주천기(사진) 교수에게 안구건조증의 원인과 효과적인 치료법을 들었다.

-요즘 안구건조증 환자가 왜 급증하나.

“안구건조증은 호르몬 감소로 폐경 여성에게 주로 나타나는 질환으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최근 장시간 모니터를 보는 사람, 건조한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직장인에게서 안구건조증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장기간 렌즈를 사용하거나 눈화장에 의해서도 안구건조증이 유발된다. 또 라식 수술이나 미용을 목적으로 한 서클렌즈, 컬러렌즈 사용도 마찬가지다. 눈이 건조해지면 각막의 윤활유가 없어져 이 부위에 염증이 생기기 때문이다.”

-어떤 연구인가.

“지난해 1월부터 12월까지 안구건조증 환자 80명을 40명씩 나눠 사이클로스포린 0.05%(제품명 레스타시스)와 무방부제 인공눈물을 점안했다. 연구 결과 두 군 모두 치료 전에 비해 안구건조증이 호전됐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환자의 주관적인 증상인 눈물 생성 증가, 눈물층 파괴 시간, 각막의 예민도 검사에서 사이클로스포린 투여군의 만족도가 높았다. 또한 결막의 눈물층을 구성하는 성분인 뮤신세포 검사에선 사이클로스포린을 사용한 환자에서만 호전되는 결과를 얻었다. 뮤신세포가 증가한다는 것은 눈물층이 안정된다는 의미다.”

-사이클로스포린의 기능은.

“눈에 염증이 생기면 면역세포인 T-림프구에서 사이토카인이라는 물질이 분비된다. 이 성분은 안구 표면에서 염증 반응을 촉진해 눈물의 양과 질을 떨어뜨린다. 사이클로스포린은 바로 염증 반응을 촉진하는 T-림프구의 생성과 활성을 억제해 눈물샘의 기능을 회복하고 눈물 분비를 돕는다.”

-안구건조증 치료법이 바뀌어야 한다는 의미인가.

“많은 사람이 ‘안구건조증 치료’라 하면 인공눈물만을 떠올린다. 자가진단에 의해 인공눈물을 무분별하게 남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인공눈물은 안구건조증 증상을 일시적으로 완화한다. 하지만 성분 자체가 진짜 눈물과 달라 남용할 경우 눈물 성분을 변화시키고, 오히려 안구건조증을 악화시킬 수 있다. 하루에 인공눈물을 3~4회 이상 점안해야 할 정도로 안구건조증이 심하다면 정확한 진단을 받고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눈의 염증을 치료하면 안구건조증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 하지만 눈꺼풀에 생긴 염증(안검염)이나 만성결막염 등은 예외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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