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대구시내 초등생에 물감들인 '컬러병아리' 유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주부 김홍일 (34.대구만촌동) 씨는 최근 '병아리를 사고 싶다' 며 조르는 아들 (10.대구D초등3년)에게 자신이 알아본 병아리 가격에 해당하는 3백원을 줬다.

그러나 아들은 "노란 병아리는 쉽게 병들어 싫다.빨간 병아리를 사겠다" 며 1천원을 달라고 투정을 부렸다.金씨가 "병아리는 원래 노랗다" 며 그 이유를 물었더니 "친구들 사이에 컬러 병아리를 갖고 노는 것이 유행이다.노란 병아리는 병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 아들은 답했다.

대구시내 초등학교 앞 문구점 등에서 요즘 '컬러 병아리' 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컬러 병아리는 갓 태어난 노란 병아리에다 물감을 들인 것으로 빨강.파랑.녹색 등 색깔도 가지가지다.

대구시동구 D문구점 주인 金모 (40.여) 씨는 "젊은 청년 2명이 찾아와 컬러 병아리가 어린이들 사이에 한참 유행한다고 말해 이달 초 20마리를 들여 놓았다" 며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많다.金씨는 이들 청년에게 " '어떻게 컬러 병아리가 나오느냐' 고 물었더니 '기존 병아리와 다른 염색체 구조를 가지고 있어 색깔이 다르다' 고 설명했다" 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 병아리는 물기에 젖으면 이내 색깔이 변해 어린이들은 가지고 놀다 깜짝 놀라고 상심한다.값도 노란 병아리의 5배나 한다.노란 병아리는 한 마리당 2~3백원이지만 컬러 병아리는 1천원을 넘는다.

병아리에 입힌 색깔 때문인지 이들 컬러 병아리는 수명도 짧다.대개 하루나 이틀 만에 죽는다.동구 J문구점도 최근 한 마리 당 5백원씩 10마리를 들여놓았으나 그 다음날 모두 죽었다.

이에 대해 학부모들은 어린 병아리에 몹쓸 짓을 하는 것과 이로 인해 오래 살지 못하는 등 생명을 경시하는 풍조 등이 어린이들의 마음에 상처를 입힌다고 지적한다.학부모들은 또 "어린이들이 마치 빨간 병아리도 있는 것으로 믿는다" 며 "어른들의 못된 상술이 동심을 물들게 하고 있다" 고 말했다.

대구 = 조문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