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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이면 결혼도 한국여자와" 일본인 밴드 '곱창전골' 하세가와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5면

한국의 60~70년대 노래를 부르는 일본인 밴드 '곱창전골' 의 기타리스트 하세가와 요헤이 (長谷川陽平.27) .그에게 한국은 단지 이웃나라가 아니다.

그는 이곳에 정착해 음악활동을 펼치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

"한국은 나와 여러가지면에서 '마치 (match)' 되는 것 같아요. " 자신의 스타일과 잘 맞는다는 뜻. 그 첫번째는 '식사 하셨어요?' 라는 인삿말이다.

배고팠던 시절의 아픔이 묻어있는 문화이긴 하나 다른 사람을 신경써주는 예쁜 마음이 담겨 있는 느낌을 받는단다.

일본인에 비해 한국인이 느긋하다는 점도 마음에 든다.

무엇보다 그를 사로잡는 점은 본업인 음악 환경. "일본서 무명밴드가 공연을 하려면 클럽에 돈을 내야 해요. 또 일본 관중들은 여기처럼 열광적인 분위기가 아니에요. 가장 중요한 점은 한국 언더그라운드 록음악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죠. " 한국에 눌러앉은 뒤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하려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또 한국 록음악이 자신이 추구하는 색깔과 유사하다는 점 또한 큰 영향을 미쳤다.

"신중현과 엽전들의 '미인' 과 산울림의 '아니 벌써' 같은 한국 음악을 처음 들은 건 3년전인데 깜짝 놀랐어요. 한국 음악은 그저 트로트나 발라드 정도로 알고 있었거든요. " 그후로 모으기 시작한 한국 음반만도 1백여장에 달한다.

신중현의 초창기 밴드 '에드포' 의 LP 등 희귀음반도 가지고 있다.

혹시 그는 한국음악만을 파고드는 '오타쿠 (특정분야에 광적으로 집착하는 일본의 매니어를 지칭하는 말)' 가 아닐까. 한때는 그도 사이키델릭록의 매니어였다.

하지만 얼마전 소장했던 음반을 거의 처분하면서 오타쿠 생활을 청산했다.

"폐쇄적이고 정신병적이기까지한 매니어문화에 혐오감을 느꼈어요. 그래서 스스로 선언했죠. 나는 매니어가 아니라 '후레이아 (player.연주자)' 라고요. 넓은 시각을 갖고 있는 한국 친구들의 영향이 컸죠. " 최근까지 허벅지밴드와 10여차례 공연을 가졌던 그는 당분간 일본에서 생활할 예정이다.

'힙 젤로' 라는 일본 밴드의 녹음에 참가해야 하기 때문. 그리곤 한국으로 건너와 '살림' 을 꾸릴 예정이다.

사이키델릭 취향의 밴드도 만들 생각. 곱창전골 활동도 병행하면서. "가능하다면 결혼도 한국 여자와 하고 싶어요. 친절하고 믿음이 가더라구요. " 최근 그는 '하사비' 라는 한국 이름도 얻었다.

한국의 한 음악관계자가 하세가와의 '하' 에 순우리말로 새벽을 뜻하는 '사비' 라는 이름을 붙여준 것. 그건 그의 한국행이 '멀고도 가까운' 두 나라 관계에 새로운 아침을 가져다주기를 기대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문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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