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 ASEM외교]각국 회담전략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2일부터 아시아.유럽 25개국 정상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위원장이 참석하는 2차 아시아.유럽정상회담 (ASEM) 이 런던에서 열린다.

이번 회담에서는 아시아 경제위기의 타개를 위해 유럽.일본이 해야 할 노력에 특히 논의가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특파원들을 통해 각국의 입장을 알아본다.

◇ 일본 = 하시모토 류타로 (橋本龍太郎) 총리는 아시아 경제위기 해결을 위한 일본의 노력과 실적을 강조할 예정이다.내수 확대를 위한 16조엔 규모의 경기대책 및 인도네시아 지원 성과 등을 설명, 아시아 위기의 불똥을 겁내는 유럽 각국을 안심시킨다는 것이다.

아시아에 대해서는 국제통화기금 (IMF) 과의 협약 준수를, 유럽엔 대 (對) 아시아 지원을 호소할 예정이다.'한반도 안정은 동북아 평화와 직결된다' 는 논리로 유럽에 북한 경수로 건설을 위한 분담금도 요청할 계획이다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새 어업협정의 조기체결 필요성 강조 등 관계 회복에 초점을 맞출 계획. 중국과는 위안화 평가절하 문제와 올 가을의 장쩌민 (江澤民) 국가주석 방일 문제를 집중 논의할 예정이다.

도쿄 = 오영환 특파원

◇ 중국 = 경제 및 금융문제 논의에 주력할 방침이다.정치분야는 '같은 것은 취하고 견해가 다르면 그대로 둔다' 는 구동존이 (求同存異) 입장이 확정된 상태다.경제실세인 주룽지 (朱鎔基) 신임총리가 나서는 중국 - 유럽연합 (EU) 정상회담에 큰 무게를 두고 있으며 정례 고위급회담 채널 구축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특히 유럽의 선진금융기법과 과학기술을 탐내고 있다.

한편 2일로 예정된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과 朱총리의 회담에선 기업개혁 정책 등 경제문제가 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 = 유상철 특파원

◇ 유럽연합 (EU) =96년 1차 ASEM 이후 미국에 대항하는 기반을 굳혀왔다고 자평해왔으나 최근 아시아 위기 해소를 적극 돕지 않는다는 아시아 국가들의 불만이 쏟아면서 자칫 그동안의 노력이 도로 (徒勞)가 된다는 우려 속에 이를 무마하는데 역점을 둘 예정이다.아시아의 금융안정을 위해 최고 8천4백만달러의 'ASEM 신탁기금' 을 창설하는 한편 개별 국가들이 지원성명을 준비하는 움직임들은 이같은 맥락 때문이다.

한편 비관세장벽 제거.무역기회 증진 등의 내용을 담은 '투자 증진 실행계획' 초안을 제시해 아시아의 양보도 건져낼 생각이다.또 동남아 국가들의 반발로 1차 회의때는 논의조차 못했던 인권과 민주주의라는 주제도 그 옹호자인 김대중대통령이라는 원군이 등장함으로써 정치의제로 다룰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고대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