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호관 진술 오락가락 … 난감한 청와대 경호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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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을 서거 당일 수행했던 이병춘 경호관의 진술이 오락가락하면서 청와대 경호처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20명가량의 봉하마을 경호팀이 청와대 경호처 소속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평소 청와대의 지휘를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활동해 왔다고는 하지만 포괄적 지휘책임을 갖고 있는 경호처로서는 당혹스럽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결정적인 경호에 실패했다”는 비난을 받아오던 차에 이 경호관이 거짓 진술을 한 것으로 드러나자 “뭔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받게 됐다. 그렇다고 경호처가 이 경호관을 상대로 직접 경위 파악에 나설 수도 없는 상황이다. 경찰이 수사 중인 상황에서 경호처가 나서면 청와대의 수사 개입으로 비칠 수 있어서다. 경호처 관계자는 27일 “이 경호관의 업무를 중지시키고 수사에 협조하도록 지시해 놓은 상태”라며 “진실이 뭔지 궁금하지만 수사에 영향을 줄까 봐 이 경호관과 연락도 자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경호관이 문책 대상인지에 대한 조사도 수사가 끝난 뒤에나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대통령 경호원들은 2명 이상이 함께 수행을 하고 대통령과의 거리도 4~5m를 항상 유지하도록 교육받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경호수칙을 어겼다고 문책을 받는 것은 아니다. 경호처 관계자는 “상황에 따라 경호 인원이나 방식은 유동적일 수 있다”며 “이 경호관도 당시 상황에서 적절하게 대응했는지를 종합적으로 판단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2월 봉하마을로 파견된 이 경호관은 다음 달 정기인사에서 청와대로 복귀할 예정이었다. 한편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 경호관의 진술 번복에 대해 “현장에 없었다는 사실을 덮어야 한다는 의식이 발동한 것 같다”며 “수사권이 경찰에 있는 만큼 진상을 정확히 파악해 국민에게 알리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경호처, 구급 헬기 김해로 보내=경호처에 따르면 봉하마을 경호팀은 노 전 대통령의 투신 사실을 23일 오전 7시10분쯤 청와대에 보고해 왔다. 김인종 처장은 7시20분쯤 이명박 대통령에게 이 사실을 보고했고, 이와 거의 동시에 노 전 대통령의 서울 이송 가능성에 대비해 구급 헬기를 김해공항으로 내려보냈다. 또 권양숙 여사 등 노 전 대통령 가족에 대한 경호 강화 조치도 내렸다.

◆MB, 경복궁 영결식 참석하기로=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27일 “이 대통령이 경복궁에서 열릴 영결식에 참석해 조문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봉하마을 조문 방침을 바꾼 이유에 대해 “국민장의위원회가 봉하마을 현지 사정 등을 고려해 영결식에 참석하는 게 좋겠다는 건의를 해온 데다 북 핵실험 대응과 한·아세안 정상회의 준비 등 국사도 있어 영결식에 참석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남궁욱 기자

노 전 대통령 미공개 사진 보기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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