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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청 감사사례집으로 본 '요지경 교육현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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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학교생활기록부를 허술하게 관리하거나 심지어 조작까지 일삼는 학교.교사가 적지 않다. 그런가하면 학부모를 상대로 강제모금하거나 학생들에게 특정 물품을 구입토록 강요하는 학교.교사도 상당수다.

교육부는 최근 이같은 내용으로 적발당한 학교.교사 사례를 담은 '시.도 교육청 감사사례집' 을 발간했다. 사례집은 교육개혁 취지에 따라 대입에서 학생부 비중을 높이기 위해서는 고교측이 자체적으로 학생부의 신뢰도를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학교성적 = 부산A고는 96년 3학년 학력평가에서 시험을 치르지도 않은 작문.문학의 점수를 각각 국어.문학 점수로 대체했고 상업은 1학기 시험점수를 2학기에도 그대로 반영했다. 경북B고는 96년 1학기 1학년 기말고사가 끝난 뒤 국어.수학문제에서 각각 정답이 없는 문제가 한개씩 발견되자 모두 정답처리했다.

경기C고는 96년 2학기 2학년 학업성적을 처리하면서 과학Ⅰ등 4개 과목에서 채점 또는 성적관리용 전산 (OMR) 카드 표기를 잘못해 학생 27명의 성적이 달라졌다. 실기평가 기준을 위반한 학교도 많아 전남D고는 96년 과학과목의 실험.실습평가를 전혀 안했고 경북E고는 96년 1학년 체육과목에서 원래 정해진 매트운동.맨손체조 대신 포환던지기.배구로 실기평가를 했다.

부산F고는 96년 4월 불어 등 5개 과목중 2개를 학생들이 선택해 시험을 치르도록 한 뒤 그대로 1, 2학기 성적에 반영했고 체육.가사.교련 3개 과목은 실기평가 없이 필기로만 성적을 매겼다.

서울G고는 96년 정기고사 전교과의 주관식 문제를 채점하지 않은 채 모두 만점으로 처리한 뒤 학생들이 답을 고칠 수 있도록 했다. 충남H고는 95년에는 3학년 20명의 자격증 취득사실 및 15명의 교내외 수상경력, 96년에는 3학년 1백66명의 수상경력을 학생부에 적지 않았다.

대구I고 許모 교사는 95년 3학년 담임을 하면서 체육교사로부터 받은 자신의 학급 학생 48명의 신체검사결과를 분실하자 2학년 기록을 그대로 옮겨놓기도 했다. 경북J고에서는 94~96년 무단결석한 학생 37명에 대해 담임교사가 사고결석으로 처리하지 않은 일이 있었다.

◇ 기부금품 = 강제 기부금은 일절 징수할 수 없고 접수된 기부금은 학교운영지원회계 (육성회계)에 넣어 집행한 뒤 학부모.학교운영위원회 등에 공개하는 것이 원칙이나 이를 위반하는 학교가 많았다. 부산K고는 96년 가을 3학년 진학지도에 대한 수고비 명목으로 학부모 10여명으로부터 4회에 걸쳐 총 1천5백70만원을 걷어 교사회식비로 쓰거나 교사들이 나눠가졌다가 적발됐다.

학부모회 (어머니회) 를 통한 강제모금도 문제로 서울L초등학교 어머니회는 지난해 4월 학교행사비 명목으로 임원 15만원, 대의원 10만원씩 할당해 모금했다가 말썽이 일자 되돌려줬다.

◇ 부교재.교복구입 = 광주M고 수학교사 3명은 지난해 3학년 수학 부교재를 채택하면서 특정출판사 책자를 지정한 뒤 학교 앞 특정서점 주인으로부터 사례비 90만원을 받아 20만원씩 나눠갖고 30만원은 회식비로 썼다.

서울N초등학교는 96년 의무사항인 교복선정위원회 심의를 받지 않은 채 신입생에게 '자주색 니트 조끼' 를 입도록 결정한 뒤 학교 앞 교복취급업체에만 조끼 견본을 알려주고 학생들에게 이 업체에서 구입할 것을 권장했다.

오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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