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박물관 1호 보물 ⑬ 온양민속박물관 ‘갑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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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옷의 끝단에는 담비의 털가죽을 댔다. 옷의 앞뒷면에 금동일월과 잎새 등의 장식을 넣어 화려함을 더했다. [온양민속박물관 제공]

 육탄전을 벌이던 옛 전투에서 칼이나 화살을 막아내는 갑옷과 투구는 장수의 필수품이었습니다만, 실전에 쓰이지 않는 갑옷도 있었습니다. 온양민속박물관이 소장한 이 갑옷과 투구는 조선 후기에 가장 흔히 나타나는 ‘두정갑’의 하나입니다. 두정갑이란 미늘(물고기 비늘같은 쇠나 가죽조각)을 의복 안에 대고 머리가 둥근 쇠못으로 고정시킨 형태의 갑옷입니다.

그러나 이 갑옷에는 미늘이 붙어 있지 않습니다. 구름무늬가 있는 비단을 안감으로 하고, 붉은 융을 겉감으로 댄 화려한 옷입니다. 두정(쇠못) 역시 금도금이 되어있습니다. 어깨에는 용 문양 견장을 달아 임금의 갑옷임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갑옷과 짝을 이루는 투구는 무쇠에 은입사로 당초문을 새기고 용과 봉황을 대칭으로 장식해 왕의 권위를 드러냈습니다.

조선 영·정조대의 것으로 추정되는 이 두정갑은 의례용으로 쓰였을 뿐 방어 기능은 없는 갑옷입니다. 현대의 대통령도 군부대를 시찰할 땐 군복을 착용합니다. 그렇듯, 직접 전투에 나서지 않던 조선의 왕도 군 통수권자임을 상징하는 금갑을 입었던 것입니다.

보존상태가 이처럼 좋은 왕의 갑주(갑옷과 투구)는 국내에서 찾아보기 힘듭니다. 좀이나 녹이 슬고 색이 바래기 쉬운 갑옷은 여러 유물 중에서도 보존이 까다롭기로 손꼽힙니다. 박물관에는 1990년대 중반 복식연구가 이경자 선생이 복원한 갑주가 전시되어 있습니다. 사진 속 진품은 항습이 되는 수장고에 보관되어 세월을 이겨내고 있습니다.

이경희 기자

◆온양민속박물관(www.onyangmuseum.or.kr)=31년 역사를 자랑하는 민속종합박물관. 2만여 점이 넘는 유물을 소장하고 있다. 충남 아산시 권곡동. 5000원. 041-542-6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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