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스펙 어떠세요?] 학생 4명, POSTECH 입학사정관에게 물어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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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김동석(43)·김찬재(63)·김효진(26·여) 입학사정관

POSTECH은 올 입시에서 모집정원 300명 전원을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선발한다. 수능성적을 반영하지 않는 대신 교과성적과 비교과 활동 실적, 수학·과학 심층면접의 비중이 크다. 교과성적의 경우 3학년 1학기까지의 국어·영어·수학·과학 성적만을 반영한다. 학년별로 일정 반영비율을 정해 일괄 합산하던 종전 방식에서 벗어나 성적향상도 위주로 평가한다는 게 특징이다.

지난 19일 POSTECH에 가상 지원한 4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된 서류평가 및 면접에서도 “잠재력을 보겠다”던 대학 측의 의도를 확인시켰다. 사정관들은 내신평균 3등급이 넘는 학생에게 “전교생 450명 중 400등으로 입학해 현재 28등까지 끌어올렸다는 점은 잠재력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며 “자기소개서에서 비교과 활동 경험을 부각시킨다면 입학위원회를 거쳐 1단계를 통과시킬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글=최석호 기자, 사진=최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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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례 [1] 내신성적 [2] 수상 실적 [3] 임원 경력 [4] 특이사항 [5] 봉사 시간 [6] 장래 희망 [7] 평가

국어성적 올리고 리더십·봉사경험 강조하라
김세훈(부산 장안제일고 3)- 생명과학과 지원

김세훈군은 국어를 제외한 전 교과 성적이 우수하다. 김찬재 사정관은 “지난해 합격생들의 평균 내신성적은 수학 1등급, 과학 2등급 이내, 국어와 영어 2등급 초반대였다”며 “김군의 경우 뚜렷한 성적향상도가 없기 때문에 3학년 1학기에 국어교과 성적을 끌어올리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김군은 체육과 춤에 흥미를 가지고 댄스동아리 활동을 하며 동아리장까지 지냈다. 또 2학년 학급회장을 맡아 학생부에 “타의 모범이 되는 학생”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김동석 사정관은 “댄스동아리 리더나 태안반도 봉사활동 등은 남들이 해보지 못한 경험”이라며 “일반고 학생이 지금부터 올림피아드를 준비해 수상실적을 쌓는 것은 불가능한 만큼 자신의 리더십 경험을 자기소개서에서 충분히 부각시키라”고 당부했다.

공인 영어성적이 없다는 점도 단점으로 지적됐다. 사정관들은 “POSTECH의 목표는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라며 “남은 기간 동안 공인 영어성적을 확보해 세계무대로 나갈 준비가 됐다는 점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낮은 영어 내신, 의사소통 능력으로 덮어라
김철민(부산 장안제일고 3)- 전자·컴퓨터공학부 지원

김철민군은 영어성적이 문제다. 3등급 이상의 성적을 받은 적이 없다. 면접에서 그는 “내신 영어공부를 안 했을 뿐이지 영어로 의사소통을 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실제 김군은 기장군에서 주관하는 캐나다 어학연수자 선발시험에서 2등으로 뽑혀 한 달간 어학연수를 다녀왔다. 토익 성적도 920점으로 우수하다. 김효진 사정관은 “공인 영어성적을 부각시킨다면 내신 영어성적이 나쁘다는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며 “자기소개서에서 ‘실제 의사소통 능력이 내신 영어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는 자신만의 논리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고교 시절 가장 고민해본 수학문제가 뭡니까?” 수학교사 출신 김동석 사정관의 질문에 김군은 대답을 하지 못했다. 김 사정관은 “심층면접뿐 아니라 인·적성 면접에서도 충분히 물어볼 수 있는 질문”이라며 “어려운 수학·과학 문제를 풀면서 느꼈던 희열을 연결시켜 ‘내가 왜 POSTECH에 들어와 공부해야 하는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열정이 큰 강점 … 기출문제 위주로 공부를
서정빈(19·경기 광주고 졸업·재수생)- 신소재공학과 지원

서정빈군은 지난해 POSTECH 1단계 서류심사에서 낙방했다. 현재는 학원의 도움 없이 수학·과학 심층면접 준비에 매진하고 있다. 김찬재 사정관은 “예년 심층면접 문제가 공개돼 있다. 기출문제 위주로 공부를 하되, 답을 구하는 스킬보다는 창의력을 평가하는 만큼 수학·과학원리 부분을 깊숙이 파고들라”고 당부했다.

서군은 중학교 3학년 때 어머니와 함께 경기도 광주지역 장애인시설에서 주기적으로 봉사활동을 했다. 당시 광주시에서 수여하는 ‘기본이 바로 선 학생상’을 받았다. 고2 때는 POSTECH에서 주최한 ‘이공계 대탐험’에 참가하기 위해 대학에 직접 전화를 걸어 참가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김효진 사정관은 “서군의 최대 강점은 꿈을 이루겠다는 의지와 열정”이라며 “자기소개서에서 이 부분을 부각시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3 때 한국수학학력평가(KME)에서 동상을 수상한 경력을 포트폴리오에 포함시키되 학원에 다니지 않고 이룬 결과임을 강조하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수학·과학 심층면접에 올인하라
공그림(포항제철고 3)- 화학과 지원

예년의 경우 공그림양의 성적으론 1단계 통과조차 불투명했다. 3~4등급대의 내신성적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POSTECH에 들어오고 싶어 충북 음성에서 혼자 포항으로 내려와 포항제철고에 입학했다. 고교 입학 검정고시를 치른 것도 POSTECH에 들어오기 위해서다. 입학 당시 전교 꼴찌 수준이었던 성적도 현재 28등까지 끌어올렸다.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다니면서는 줄곧 청주교대 부설 영재교육원에 다녔다. 또 고교 입학 전 2개월여 동안 혼자 크루즈 여행을 다니면서 견문을 쌓았다. 김동석 사정관은 “성적향상도로 볼 때 잠재력 측면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은 학생”이라며 “자기소개서에서 영재교육원 수료 경력과 크루즈 여행 등 비교과 활동 경험을 부각시킨다면 1단계 통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찬재 사정관은 “1단계에서 통과하더라도 수학·과학 교과 전문지식이 없다면 심층면접 문제를 풀어낼 수 없다”며 “3학년 성적을 더 올리고, 심층면접에 집중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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