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손 은행원이 권총강도 잡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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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은행빚에 찌들린 30대 오토바이가게 주인이 권총과 실탄을 갖고 서울 강남의 은행을 털려다 직원들과의 격투끝에 붙잡혔다.

범행에 사용된 권총은 지난달 서울용산 전쟁기념관에서 도난당한 것이었으며 범인은 괌 실탄사격장에서 구한 실탄 3발을 모두 발사했으나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 발생 = 19일 오전9시30분쯤 서울강남구청담2동 서울은행 학동지점에 강석민 (姜錫民.31.서울금천구독산동) 씨가 오토바이 헬멧과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실탄 3발과 모의탄 3발이 장전된 K - 5권총 을 들고 침입했다.

姜씨는 "움직이지 마라. 장난감이 아니다" 며 지점장실을 향해 실탄 1발을 쏜 뒤 여직원 李모 (20) 씨를 인질로 잡고 준비한 스포츠가방을 던지며 현금 1억원을 넣을 것을 요구했다.

이때 여직원 崔모 (26) 씨가 창구 책상밑에 있는 비상벨을 눌렀다.

금고 직원이 "문을 열려면 시간이 걸린다" 며 지연시키는 동안 마침 화장실에서 나오던 청원경찰 김종구 (金鍾九.38) 씨가 가스총을 겨누며 대치하자 姜씨는 "가스총을 내놓으라" 며 실탄 1발을 발사했으나 다행히 빗나갔다.

姜씨는 이어 건물 뒤편 식당쪽에서 청소원 張모 (58.여) 씨가 비상구를 여는 소리를 듣고 권총 1발을 발사했다.

◇ 격투 = 경찰이 출동한 낌새를 안 姜씨는 창구의 현금 7백78만여원을 서둘러 가방에 챙긴 뒤 은행을 빠져 나가기 위해 李모 (39) 대리의 머리에 권총을 겨누며 인질을 삼아 후문쪽으로 돌아섰다.

이때 姜씨가 문을 여느 틈을 타 서정화 (徐廷華.38) 대리가 7m쯤 뒤쫓아가 등을 발로 차 쓰러뜨렸고 청원경찰 金씨 등 직원들과 문밖에서 대치하던 경찰이 가세해 범인을 붙잡았다.

◇ 범행준비 = 姜씨는 세차례의 사전답사 끝에 지난달 19일 오전3시쯤 서울용산구삼각지 전쟁기념관 옥상에서 벽면을 타고 전시장에 침입, 권총 1정과 모의실탄 36발을 훔쳤다.

그러나 姜씨는 권총에 격발장치인 공이가 없고 실탄도 사용이 불가능한 것을 알고 지난 13일 괌으로 가 실탄사격장에서 실탄 3발을 훔쳐 김포공항을 통해 국내로 들여온 뒤 직경 6㎜ 철심을 갈아 만든 공이로 권총을 완성했다.

◇ 범행동기 = 姜씨는 "지난해 5월 서울중구묵정동 오토바이 수리점을 3천4백만원에 인수했으나 사업이 안되는 바람에 은행에 1억원의 빚을 져 범행을 결심했다" 고 말했다.

경찰은 姜씨에 대해 특수강도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재국·전진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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