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준식의 자세가 건강이다] 엎드려서 책 읽을 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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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번쯤 바닥에 배를 깔고 책을 읽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처음에는 허리가 뒤로 젖혀지면서 시원한 느낌이 들지만 곧 목·어깨·허리 등 신체 모든 부위가 불편해진다.

이 자세의 가장 큰 문제는 허리가 과도하게 뒤로 젖혀진다는 것이다. 허리뼈를 붙들고 있는 기립근이 장시간 긴장하면서 피로가 쌓인다. 척추 만곡이 가장 심한 부위는 요추 3번. 부하를 많이 받으면서 디스크가 탈출될 가능성이 커진다.

어깨와 목 역시 불편하다. 팔꿈치로 몸을 받치고 고개를 쳐든 상태는 목 뒤의 근육과 어깨 부위에 과도한 힘을 집중하게 만든다. 볼링공 무게만 한 4∼5㎏의 머리를 이고 있으니 어깨와 목의 근육과 인대는 필요 이상으로 뻣뻣해지고, 결국 긴장성 통증으로 이어진다.

복부도 불편하긴 마찬가지다. 위장 등 소화기계가 압박을 받아 복부 압력이 증가한다. 소화불량·변비·역류성식도염 등 소화기 질환을 야기할 수 있다. 찬 바닥에 엎드리면 차가운 기운이 배 속으로 스며들어 복통은 물론 설사를 유발한다. 몸 전체가 냉성 체질로 바뀌면서 뱃살이 나올 수도 있다. 배를 차갑게 하면 신진대사가 더뎌지는 데다 차가운 기운이 지방을 축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배 속이 따뜻해야 온몸의 기혈 순환이 자연스러워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동의보감에서 좋은 아이를 기르는 방법을 소개한 ‘양자십법’에는 ‘항상 배를 따뜻하게 하고 머리를 차갑게 하라’는 구절이 나올 정도다. 배를 깔고 엎드렸을 때 복직근과 복사근이 과도하게 늘어나 배가 앞으로 나오는 체형이 되기도 한다.

신준식 자생한방병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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