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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경제부·공정거래위원회 첫 업무보고 주요내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이 재정경제부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첫 업무보고를 받기위해 직접 과천청사에 들른 것은 '실무를 직접 챙기겠다' 는 뜻이다.

김영삼 (金泳三) 전대통령이 지난해 외환위기가 한창임에도 경제부처가 몰려있는 과천청사에 겨우 두번 들렀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업무보고는 대통령의 질문, 담당자의 대답으로 이뤄져 과거와는 다른 모습을 보였지만 당초 기대했던 '토의식 보고' 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시간이 부처당 1시간으로 너무 짧은데다 경제를 많이 아는 金대통령 스스로 당부하고 싶은 말이 많았기 때문이다.

아무튼 金대통령이 그동안 논란이 돼온 몇가지 사항에 대해 분명하게 못박았다.

첫째 외국인에게 문호를 확실히 개방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金대통령의 뜻은 확고한 것 같다.

외국인투자가 늘어야 달러도 들어오고, 기업의 경쟁력도 높아지고, 세금도 더 걷히고, 일자리도 생긴다는 생각이다.

재경부가 적대적 인수.합병 (M&A) 의 부작용을 우려, 한동안 조기 허용을 주저해 왔으나 쐐기를 박은 셈이다.

金대통령은 옛 재경원에 다우코닝을 적극 유치하라고 독려했는데도 말레이시아에 빼앗겼다며 안이한 행정의 예로 지적했다.

둘째 재벌개혁을 예정대로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은행이 중요한 역할을 맡되 은행에 대해선 재경부가 중심이 돼 독려하라는 게 金대통령의 뜻이다.

물론 '재벌개혁 일정을 다시 짜달라' 는 김우중 (金宇中) 대우그룹회장의 요구는 거절했다.

재벌개혁이 이행되지 않은 채 근로자 해고만 자꾸 늘어나면 노사정 합의 자체가 위협받을 수도 있다는 게 金대통령의 판단이다.

셋째 부실은행에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金대통령은 은행이 부실책임을 안지고 있다고 여기고 있다.

부실 은행장 문제도 다시 거론했다.

이에 대해 이규성 (李揆成) 재경부장관은 "경영을 잘못하면 금융감독위원회를 통해 문책하는 등 시정하겠다" 고 답변해 몇몇 은행장의 조기퇴진 가능성을 시사했다.

넷째 조세제도를 대폭 손질하겠다는 것이다.

세제가 너무 복잡해 누더기 같다는 게 金대통령의 생각이다.

특히 '가진 자' 가 세금을 많이 내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조세제도가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쪽으로 고쳐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날 金대통령이 지시한 내용이나 보고내용 등이 모두 경제정책의 큰 틀에 관한 것이지, 구체적 대책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따라서 이제부터는 보다 구체적인 개혁일정이나 기준 등이 나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자꾸 개혁의 '방향' 만 강조하다보면 기업이나 금융기관은 정부의 정확한 의도를 몰라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다.

다음은 주요 보고내용.

◇ 외국인 투자확대 = 외국인이 국내기업 지분을 33%까지는 자유롭게 취득할 수 있게된다.

33%를 넘으면 이사회 동의가 필요한데 하반기중 이 제한마저 없애기로 했다.

외국인토지법도 폐지, 외국인이 자유롭게 부동산을 사고 팔 수 있도록 하고,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KOTRA) 를 외국인투자를 전담하는 서비스기관으로 개편한다.

◇ 재벌개혁 = 金대통령과 대기업 총수간 5대 합의과제인 ▶기업경영 투명성 제고▶상호지급보증 완전해소▶재무구조 개선▶주력기업 설정 및 중소기업 협력▶오너의 경영책임 명확화 등을 예정대로 추진한다.

이에 따라 10월까지 결합재무제표 작성기준과 감사준칙을 제정한 뒤 99회계연도부터 도입한다.

이달 안에 30대그룹 외에도 여신 2천5백억원 이상 재벌그룹은 주거래은행과 재무구조약정을 체결토록 의무화한다.

4월중 증권거래법을 개정, 0.01% (현재 0.05%) 의 지분을 가진 소수주주도 주주권을 행사하게 된다.

◇ 신규 외자도입 = 도입순서는 세계은행지원금 20억달러 (이달중)→90억달러 외국환평형기금채권중 1차분 30억달러 (4월초)→시티은행 등의 신디케이트론 30억달러 (4월 중순)→선진13개국 협조융자 80억달러 (4월 이내) 등이다.

◇ 금융기관 과다보증 시정 = 금융기관이 30대그룹에 대출하면서 담보 외에 추가로 계열사 보증을 받은 9조5천억원과 2개 이상 계열사의 중복보증을 잡은 2조3천억원 등 15조1천억원을 자진 해소토록 통보하기로 했다.

고현곤·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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