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난무하는 음해 괴문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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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정치권과 공직사회에 음해성 투서나 공작성 괴문서들이 난무하고 있다.

특정인과 특정지역인사를 음해하는 개인적인 것에서부터 특정정파를 겨냥한 듯한 내용까지 다양하고 광범하다.

그 내용이 조작적인 것도 있으나 어떤 것은 도저히 공개될 수 없는 내용의 공적 (公的) 서류들도 나돈다.

사회가 어지럽고 불안정한 과도기에나 나타나는 병리적 현상들이 정권초기에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현상은 두 차원에서 동시에 벌어지고 있다.

정권초기 인사철을 맞아 자리다툼의 일환으로 특정자리를 겨냥해 벌어지는 음해성 투서나 유언비어들이다.

이런 종류의 투서는 인사철에는 흔히 있었던 것들이나 요즘은 정권교체에 따른 인사라서 더욱 심한 것 같다.

특히 안기부.검찰.경찰 등 권력기관의 경우 과거정권과 연결해 특정지역.특정학교 등을 싸잡아 매도하는 조직적인 양상까지 띠고 있어 더욱 걱정스럽다.

이런 식의 투서나 음해가 효력을 발휘해 인사가 이뤄진다면 제대로 된 인사가 될 리 없다.

조직내의 건전한 경쟁은 사라지고 비방.비난만 판을 칠 텐데 그런 데서 무슨 사기 (士氣)가 나오고 효율성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또다른 양상은 주로 정치권에서 빚어지는 것으로 정치공작적 냄새가 나는 것들이다.

살생부 (殺生簿)가 어떻고, 정계개편 대상이 누구고 하는 문건이 있는가 하면 밑도 끝도 없는 정보기관의 문서라는 것들도 나돈다.

정치인 개개인이나 한 세력에게 위협을 가할 목적으로 과거 권위주의정권에서나 사용하던 수법이다.

과거정권은 명분도 없고 국민의 눈도 두려워 숨어서 목적을 달성해야 했기 때문에 이런 식의 음모정치를 기획했을 것이다.

그러나 민주정치는 모든 정치과정이 투명하게 드러나야 한다.

경제행위에 대해 투명성을 요구하듯 정치과정 역시 투명성이 지켜져야 한다.

음해성 투서의 경우 실명 (實名) 이 아니면 아예 취급하지 말도록 돼 있는데 이것조차 지켜지지 않고 있다.

새 정부에서 이런 작태들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려면 특별한 경계와 지도자의 확고한 결의가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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