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벌이 해외연수 급증…관광·어학까지 겸해 '1석3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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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오는 6월 제대 예정인 현역 중위 李신엽 (27) 씨는 최근 주한 호주대사관에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신청했다.

지난해말 대기업 특채에 합격은 했지만 회사측이 경영상 이유를 들어 발령대기 통보를 해와 제대 후 생활대책이 막막해졌기 때문이다.

국내취업이 어렵다고 판단한 李씨는 해외에서 외국어를 배우면서 돈벌이도 가능한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신청하게 된 것이다.

사상 초유의 취업.실업대란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직장생활 2~3년차의 20대 후반 실직자들과 학사장교 (ROTC) 예비전역자 등을 중심으로 '돈벌이 해외연수' 신청자가 급증하고 있다.

취업.실업난을 일단 피할 수 있는데다 직장 또는 군 경험을 살려 일정기간 해외에 나가 돈도 벌고 틈틈이 여행을 다니며 견문을 넓히고 외국어 구사능력까지 향상시킬 수 있는 1석3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돈벌이 해외연수' 에 필요한 워킹홀리데이 비자는 유학.관광비자와는 달리 일을 하면서 어학연수와 관광이 가능한 입국허가 제도. 우리나라는 현재 호주.뉴질랜드.캐나다 등 3개국과 체류기간 1년의 워킹홀리데이비자 협정을 맺고 있고 일본과 체결을 추진 중이다.

비자 발급 업무를 대행하고 있는 워킹홀리데이협회 (소장 鄭炫泰)에 따르면 95년 이후 연간 1천6백명 수준이던 비자 발급자가 국제통화기금 (IMF) 한파가 몰아친 지난해 12월부터 3개월 동안에만 1천4백명을 넘어섰다는 것이다.

협회를 찾는 사람도 지난해 11월까지는 하루 20여명에 불과했지만 이달 들어 하루 1백명 이상으로 크게 늘었고 문의전화 역시 하루 3백여건으로 평소의 4배 이상 늘어 전화회선을 6개로 늘리기까지 했다.

최근에 일자리를 잃은 실직자가 문의자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으며 학사장교 등 전역 예정자가 15%쯤 된다는 설명이다.

한편 삼성.현대.한솔.동부 등 5~6개 대기업들도 직원 해외연수에 비해 비용이 10%에 불과한 이 제도의 활용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이훈범·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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