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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그들만의 볼썽사나운 대결 잘 짚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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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지금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시간은 한가해 보인다. 집안싸움에 정신이 팔려 있다. 국민은 뒷전이다. 민생은 논외다. 오직 정파 이익뿐이다.

중앙일보 5월 14일자 12면 “오직 계파… ‘국민 실종’ 여의도 정치” 기사는 그들만의 볼썽사나운 대결을 시의적절하게 비판했다. 그 다툼의 폐해에 대한 지적이 있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다.

방송이 감성적 매체라면 신문은 이성적 매체다. 기사를 읽다 보면 독자는 ‘논리와 이성, 반성적 사고를 통한 조정 과정’을 경험하게 된다. 이것이 신문의 강점이자 단점이다. 따라서 경마보도식 기사는 매체 특성, 언론 환경을 무시한 어리석은 선택이다. 신문은 생각하며 읽어야 하는 기사를 발굴해야 한다. 각계각층의 다양한 시각과 생기발랄한 충고를 통해 재미를 느끼게도 해야 한다.

갈등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이견과 다름은 변화의 동력이 되기도 하고, 몰락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런 점에서 정당 내부의 갈등을 무조건 매도할 것도, 그렇다고 청안시할 것도 없다. 그러나 무엇에 대한 갈등인지, 누구를 위한 것인지 등에 대해선 집요하게 따져야 한다. 또 정치인이 튀는 발언, 일탈행위로 시선을 끌려는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에 이용당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무대 위에서 몇몇 당사자가 치열하게 다투고 있다. 그 주변에서 소수의 관객이 누가 이기고 지느냐를 지켜보고 있다. 하지만 절대다수는 경기장 밖에서 열심히 살아가느라 하루하루가 바쁘다. 신문은 이들을 대변해야 한다. 보통사람들이 기대하는 건 권력 다툼이 아니라 정책이다. 삶의 개선, 희망과 비전이다. 정치권 동향 기사 대신 생활인의 걱정과 소망을 반영하는 정치 기사를 늘려야 한다. 그래야 신문이 정치 불신을 조장한다는 우려를 털어낼 수 있다.

이철희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수석애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