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종 넘는 특허 따낸 여대생 발명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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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4학년 학생이 40종이 넘는 특허와 실용신안을 출원한 어엿한 발명가라면 믿겠는가.

19일 발명의 날을 맞아 지식경제부장관상을 받는 주인공은 영동대 발명특허공무원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권혜진(23)씨.

학교에서 ‘에디슨 소녀’라는 별명으로 통하는 그녀는 대학에 입학한 뒤 온도계젓가락(온도계를 부착한 튀김용 젓가락) 등 41종의 실용신안과 개구리모양의 그릇 받침대 등 3종의 디자인을 특허출원했다.

울산 삼일여고를 졸업한 뒤 모 대학 광고미디어학과에 입학했다가 며칠 만에 도중 하차해 재수 끝에 이 대학에 입학했다.

“인터넷에서 영동대에 국내 유일의 발명학과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앞뒤 가리지 않고 자퇴서부터 낸 뒤 1년간 부모님을 설득했다”는 그녀는 중ㆍ고교 재학 시절 손전등을 천정에 매달거나 페트병으로 정수기를 만드는 등 남다른 행동을 자주해 ‘엉뚱녀’로 통했다.

자신이 원하는 발명학과에 진학한 그녀는 한마디로 ‘물 만난 고기’로 변신했다.

수첩에 빼곡하게 메모한 아이디어를 하나 둘 발명품으로 만들어내면서 한해 15건 안팎의 실용신안과 디자인을 특허출원했다. 1학년 때부터 국내외 각종 발명대회에 아이디어를 출품해 14차례나 입상하는 쾌거를 세웠다.

또 지난 1~4일 특허청과 여성발명협회가 주최한 ‘대한민국 여성발명대회’에서 그녀는 ‘청결컵(친수성 섬유 띠를 부착해 내용물의 흘러내림을 방지한 컵)’과 ‘Y형 칫솔(혀 클리너에 가글 기능을 첨가한 칫솔)’ 등으로 금.은상 각 2개씩과 특별상(포항공대 총장상) 등을 휩쓸었다.

권 양의 왕성한 발명비결은 꼼꼼한 메모습관에 있다. 그녀는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크고 작은 아이디어나 개선이 필요한 내용 등을 빠짐없이 메모한다. 양치질을 하다가 문득 ‘혀까지 한꺼번에 닦을 수 있는 칫솔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떠오르면 발명수첩에 적어 놓는 식이다.

그렇지만 그녀의 꿈은 위대한 발명가가 아닌 소박한 발명교육 강사다.

“발명은 거꾸로 생각해보는 역발상에서 시작된다”고 말하는 그녀는 “발명이 특별한 사람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누구든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생활의 일부라는 사실을 가르치는 강사가 돼 우리나라를 발명강국으로 만들고 싶다”고 야심찬 포부를 밝혔다.

그녀를 지도하고 있는 류승헌(48) 학과장은 “혜진 양은 무엇이든지 예사롭게 봐넘기는 법이 없어 열정으로 똘똘뭉친 발명가”라며 “전문가도 한해 5~10건 정도 내기도 벅찬 특허를 그녀는 작년 한해 20건 넘게 쏟아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디지털뉴스 jd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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