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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인준' 국회 소동 이모저모…자민련 저지 앞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김종필총리' 동의안 처리를 위한 2일의 국회 본회의는 파행의 연속이었다.

오후3시42분부터 시작된 표결은 투표시작 8분만에 "한나라당측이 백지투표를 하고 있다" 는 국민회의와 자민련측의 반발로 정회가 선포되는 등 표결이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처음 김수한 (金守漢) 의장의 '표결 선언' 과 함께 시작된 표결은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다.

여야 의원들은 호명되는대로 일어나 명패와 투표용지를 받아들고 질서있게 기표소로 섞여 들어갔다.

◇ 본회의장 진통 = 기표소 앞에서 줄을 서며 기다리는 여야 의원들은 웃으며 악수를 교환하는 등 투표 초반 모습은 평화로웠다.

투표에 들어간 한나라당 의원들은 여당의 예상과 달리 대부분 기표소에 들어가 3~4초간 머물며 정상적으로 기표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투표함에 투표용지를 집어넣으면서 감표위원인 한영애 (韓英愛.국민회의).이양희 (李良熙.자민련) 의원 등과 악수를 나누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평온한 분위기는 표결 시작 8분만에 깨졌다.

일부 한나라당 의원들이 개표소에서 1~2초만에 바로 나오는 모습이 여당의원들에 의해 목격됐기 때문이다.

특히 투표 도중 한나라당 의원들을 감시하던 국민회의 박광태 (朴光泰) 의원이 "한나라당 김무성 (金武星) 의원이 기표소를 거치지 않았다" 고 주장하면서 격돌은 표면화했다.

이 과정에서 朴의원은 앞에 서있던 한나라당 김문수 (金文洙) 의원과 가벼운 몸싸움을 벌였다.

우르르 몰려든 여당의원들은 "감표위원도 아닌 김문수의원이 기표소 앞에 서서 지킨다" 며 항의했고 한영애의원은 김수한의장에게 백지투표 여부의 확인을 요청했다.

이 사이 여당의원들은 백지투표 여부를 감시하려고 기표소 주위로 몰려들었고 투표가 일시 중단됐다.

그러자 한나라당 서청원 (徐淸源) 사무총장은 "거기 뭐하는 거야. 비켜. 위협적인 분위기를 만들지 마라" 고 소리쳤다.

이에 박광태의원과 이원범 (李元範.자민련) 의원이 의장에게 다가가 "한나라당 의원들이 기표소에 들어가 그대로 나온다" 며 정회를 요구했고 본회의장은 아수라가 돼버렸다.

결국 金의장은 4시쯤 정회를 선포했다.

그러자 한나라당 김호일 (金浩一) 수석부총무는 "왜 정회하느냐" 며 의장에게 거칠게 항의했으나 의장은 "지금 투표가 안되고 있다" 며 3당총무를 의장석으로 불렀다.

5분후 金의장은 재차 회의 속개를 선언했으나 이번에는 국민회의와 자민련측이 표결을 원천봉쇄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투표함으로 다가서자 국민회의 한영애의원은 투표함 입구를 두 손으로 막았고 자민련 이인구 (李麟求) 의원은 투표함 위에 앉는 등 투표 진행을 저지했다.

이를 신호로 자민련 지대섭 (池大燮).이동복 (李東馥).김범명 (金範明) 의원 등이 재빨리 투표소 앞에 인 (人) 의 장막을 치고 한나라당 의원들의 표결을 저지하는 실력행사를 시작했다.

반면 한나라당 서청원총장은 "여당측에서 투표용지를 가지고 도망쳤다" 며 항의하는등 본회의장 분위기는 어수선한 상태가 지속됐다.

이 와중에 국민회의와 자민련측 당직자들은 표결저지 배경에 대해 "본회의에 앞서 가진 사전 논의때 야당의원들의 백지투표 조짐이 보이면 즉각 실력 저지키로 했다" 고 귀띔해 '사전 각본' 에 의한 것임을 암시. 金의장은 4시30분쯤 "투표 속개" 를 거듭 선언했지만 남궁진 (南宮鎭.국민회의).구천서 (具天書.자민련) 의원 등 여당의원들은 "백지투표" 를 주장하며 계속 투표를 저지하는 대치사태가 계속됐다.

◇ 김종필 총리내정자 = 김종필 총리내정자는 본회의장의 소란 광경을 국회의원회관에서 TV를 통해 지켜봤다.

JP는 2일 오전 신당동 자택에 머무르다 오후2시 본회의 시작 직전 의원회관에 도착했다.

표결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본회의장에 나와 표결에 참여할 작정이었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편법투표' 를 둘러싼 여야간 고성과 시비로 표결이 지연되자 의원회관에 머물렀다.

金총리내정자는 처음엔 담담한 표정으로 TV를 지켜봤으나 여야 의원들간에 고성이 오가자 두주먹을 불끈 쥐면서 굳은 표정을 짓기도 했다.

그는 시시각각 변하는 본회의장 상황을 이정무 (李廷武) 총무로부터 보고받았으나 특별한 지시를 내리지는 않았다고 관계자들이 전했다.

◇ 5분 자유발언 공방 = JP총리 동의안 표결에 앞서 여야의원들은 5분 자유발언으로 신경전을 벌였다.

5분 자유발언은 마치 찬반토론을 방불케 할 정도로 '장군멍군' 식의 설전이 연출됐다.

당초 5분 발언은 신청의원들이 25명에 달했으나 총무들간의 사전합의로 한나라당에서 김찬진 (金贊鎭).김재천 (金在千) 의원, 국민회의 정희경 (鄭喜卿) 의원과 자민련 함석재 (咸錫宰) 의원 등 모두 4명만이 나섰다.

전영기·박승희·신성은·채병건·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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