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척추환자 조금이라도 줄여야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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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에 앉아서 컴퓨터하거나 공부를 할 때 왼쪽 다리를 세워서 의자에 올리고 하는데요, 가끔 허리가 아픈 것 같기도 하고…. 이런 자세가 나쁜 건가요?”(닉네임 ‘은유’)

“올해 스물여섯인데 요통을 근 5년 정도 달고 살았어요. 유독 오른쪽만 요통이 심합니다. 왜 그럴까요?”(닉네임 ‘음나아아’)

‘척추학교’(cafe.naver.com/spineschool.cafe)라는 이름이 주는 선입견과 달리, 이 인터넷 카페의 회원은 연령대가 다양하다. 1만3000여 명의 회원 중에는 중·장년은 물론이고, 어린 나이에 요통·척추측만증 등으로 고생하는 초·중·고등학생, 척추질환으로 병역을 면제받았다는 20대 청년들도 있다.

“척추 관련 질환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들의 연령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어요. 사실 부모가 자녀를 데리고 병원에 찾아올 땐 이미 장기 치료나 수술을 해야 할 정도로 아이의 척추가 심하게 휜 경우가 많죠. 아이나 부모가 척추 건강의 중요성에 대해 미리 알고 신경을 썼다면 평소의 자세 습관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아질 수 있었을 텐데…. 전문의로서 정확한 정보를 줄 방법을 찾던 끝에 카페를 열게 됐어요.”

2005년 4월 이 카페를 개설한 ‘척추 건강 전도사’ 전영순(53·사진) 지안메디포츠 원장. 현재 개원의들을 주축으로 한 대한재활의학과전문의협의회 회장이기도 하다. 개인병원장이 운영한다는 점이 핸디캡이 될 수 있는데도 이 카페는 만 4년이 넘도록 네티즌 사이에서 신뢰를 얻고 있다. 상업성을 철저히 배제해온 전 원장의 노력 덕분이다. 그는 요즘도 새로운 상담 글이 올라올 때마다 ‘빨간 단풍’이란 닉네임으로 정성껏 답글을 단다. 검증되지 않은 관련 치료술이나 제품에 관한 광고성 글은 무조건 삭제한다. 또 1년에 두 번 토요일 오후에 자비를 털어 정기모임도 갖고 있다. 지난달 11일 서울 대치동의 지안메디포츠 스포츠클리닉에서 열린 봄 정기모임에도 30여 명이 참가했다. 이들은 척추 모형과 X선 사진 등을 이용한 전 원장의 강의를 들었다. 또 질의응답과 전문 트레이너들의 시연을 보며 척추 건강에 관한 궁금증을 해소했다. 전 원장은 “지방에서도 정기모임을 열어달라는 회원이 많지만 시청각 자료라든지 인력 문제 때문에 그렇게 해주지 못하는 것이 미안할 뿐”이라고 말했다.

전 원장은 “우리나라 출산율이 떨어지면서 아이 하나하나가 우리 모두의 소중한 자녀나 다름없다”며 “척추는 삶의 질을 좌우하는 중요한 부분인 만큼 미래의 환자들을 줄이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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